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은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 중인 ‘전력 확보 전쟁’에서 핵심 전략으로 ‘보이지 않는 발전소’를 내세우고 있다. 국영 에너지 기업들을 내세워 국가 차원에서 화석 연료부터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까지 휩쓸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마치 발전소가 전기를 생산해 보내는 것처럼 중국의 에너지 공급망이 세계 각국과 여러 산업을 돌아가게 하는 발전소 역할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지난 12일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국영 석유업체들은 최근 진행된 5건의 이라크 석유·가스전 입찰을 모두 따냈다. 이라크(하루 426만배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사우디에 이어 둘째로 많은 원유를 생산하는 산유국으로, 이라크가 수출하는 석유의 약 30%를 중국이 사들인다. 셸·엑손모빌 등 서구 기업이 철수한 이라크 석유 산업은 사실상 중국 기업이 장악했다. 지난 3월 중국해양석유(CNOOC)가 광둥성 주변에서 대규모 심해 유전을 발견한 것을 비롯해 에너지 순수입국인 중국은 국내외 에너지 탐사·생산 시장에서도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페트로차이나는 지난해 석유·가스 생산량이 역대 최대인 17억6000만배럴에 달했고, 시노펙도 생산량이 7090만t에 달했다.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선 중국의 영향력이 더 크다. 중국은 내륙 북서부 고비사막, 타클라마칸 사막 등 지역에서 풍력과 태양광 중심으로 대규모 전력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북서부에 설치된 발전 용량은 약 500GW(기가와트)로 추정된다. 세계 3위인 인도의 전체 발전 설비와 맞먹는 수준이고, 2022년 말 미국의 모든 발전소를 합한 발전용량(약 1100GW)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블룸버그는 작년 12월 이를 두고 “에너지 혁명을 숨긴 중국의 외딴 사막”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태양광 제품 밸류체인의 80~90%를 장악하고 있고, 세계 풍력 터빈 생산에선 약 6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