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이 필리핀에 해상 풍력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사업을 본격화한다. 주력 자회사인 HD현대중공업은 최근 기존 조선해양사업부를 상선을 담당하는 조선과 해양플랜트, 신재생에너지 등을 총괄하는 해양에너지 사업으로 분리하고, 이달 1일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담당하는 ‘해양에너지사업본부’를 출범시킨 바 있다.

지난 14일(현지 시각) HD한국조선해양과 미국계 사모펀드 서버러스 캐피탈이 필리핀 대통령 관저(말라카냥궁)에서 수빅 조선소의 향후 운영 계획 등을 발표하는 행사가 열렸다.김성준(왼쪽부터) HD한국조선해양 대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알렉스 버나드 서버러스 캐피탈 아시아 총책임자.

HD한국조선해양은 14일(현지 시각) 필리핀 대통령 관저(말라카냥궁)에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버러스 캐피탈과 필리핀 수빅조선소 야드의 향후 운영 계획 등을 발표하는 행사를 가졌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 북서쪽으로 110km 떨어진 수빅만에 있는 필리핀 수빅 야드는 과거 2006년 한진중공업(현 HJ중공업)이 조성한 이후 선박 건조를 이어오다 2019년 세계 조선 경기 악화 등으로 인해 가동이 중단됐다. 전성기에는 약 2만명을 고용하면서 당시 세계에서 넷째로 큰 조선소라는 평가도 받았다.

지금은 미국계 사모펀드인 서버러스 캐피탈이 소유하고 있고, 필리핀 해군 등이 해군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필리핀에 군함을 수출한 HD현대중공업도 2022년 수빅 야드 내 군수지원센터를 설치해 필리핀 해군에 인도한 함정들에 대한 유지⋅보수⋅정비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한진중공업(현 HJ중공업)이 2006년 필리핀 수빅만 경제자유구역 내에 조성했던 수빅조선소의 옛 모습./조선DB

향후 HD한국조선해양은 해상풍력 하부 구조물 제작 및 함정 MRO(유지·보수·운영) 사업 확대 등을 위해 수빅조선소 야드 일부 부지와 설비를 임차하기로 하고, 세부 조건들에 대해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 필리핀 정부와 향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수빅야드를 해상풍력 하부 구조물과 선박 블록 제작, 선박 수리 등이 가능한 ‘해양복합단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 임차 비용 등은 향후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행사에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프레드릭 고 경제투자 특별보좌관, 에두아르도 알리노 수빅 경제자유구역청장 등 필리핀 관계자, 김성준 HD한국조선해양 대표와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사업대표, 이상화 주필리핀 한국 대사, 메리케이 칼슨 주필리핀 미국 대사, 서버러스 캐피탈 관계자들 등이 참석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아태평양 중심에 있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2030~2050년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 호주, 대만, 일본, 베트남, 인도, 필리핀 해상풍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스코틀랜드 경제개발기구들과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으며, 이번 해외 제작기지 구축을 통해 해상풍력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김성준 HD한국조선해양 대표는 “이번 양자 간 협력이 한국과 필리핀 간의 긴밀한 경제 협력을 이끄는 초석이 되리라 확신한다”며 “HD한국조선해양의 글로벌 오퍼레이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수빅 야드의 조기 가동과 안정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