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에서 생활용품 최저가를 검색해 보니, 여름철 물놀이용 튜브(90~100cm)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 테무와 알리에선 2000~3000원대에 구매가 가능했다. 다이소에선 같은 사이즈의 튜브가 5000원, 이마트와 쿠팡에선 1만6000원대였다. 고속 충전 C타입 케이블, 고무장갑, 텀블러 등 여러 생활용품과 완구도 알리와 테무가 국내 유통 기업보다 훨씬 싸게 판매하고 있었다.
알리·테무·쉬인 등 이른바 ‘알테쉬’로 불리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공습으로 국내 유통과 산업 생태계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종합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16일 인천공항 세관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14개 부처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해외 직접 구매(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리 기업들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게 하는 소액 수입 물품 면세 제도 개편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국가인증통합마크 KC 인증 등이 없는 어린이 제품, 전기·생활용품 등의 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저가 제품의 공습에 시름하는 국내 기업을 위해선 대형 마트 새벽배송 금지 등의 규제를 완화하는 데 더해 지원책을 발표했다. 경제계에서는 정부가 알테쉬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국내 시장 공략에 칼을 빼들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어린이, 전기·생활용품 안전 검증 안 되면 직구 금지
정부는 우선 유모차, 완구 등 어린이 제품 34개 품목과 전기 온수 매트, 전기 욕조 등 34개 전기·생활용품에 대해선 KC 인증을 받지 않으면 해외 직구를 금지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철저한 안전 관리가 필요한 어린이용 제품과 화재, 감전 등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큰 전기·생활용품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미 정식 수입 절차를 거친 제품은 KC 인증 등을 받아 국내에 유통되고 있다. 정부는 해외 직구의 경우에도 안전에 직결되는 품목에 대해선 플랫폼 사업자나 플랫폼에 입점한 업체가 KC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관세 당국은 엑스레이 촬영, 물품 정보 분석 등을 통해 KC 인증 여부를 가려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작년 해외 직구 거래액은 6조8000억원에 달했다. 과거에는 미국 직구가 대세였지만 알테쉬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중국이 작년 해외 직구 점유율 1위(48.7%)에 올랐다.
◇악용되는 면세 제도 개편 검토
정부는 국내 사업자와의 역차별 문제를 불러오는 소액 수입물품 면세 제도 개편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면세를 노리고 조직적으로 대량의 물건을 쪼개서 들어오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이커머스는 한번 살 때 150달러(미국발 200달러) 미만이기만 하면 관세·부가세를 면제해주는 관세법의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 관계자가 “중국 직구 제품에 비해 무조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하는 이유다.
정부는 또 해외 플랫폼의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국내에 주소·영업소가 없는 해외 플랫폼은 국내법상 책임을 강제하기 어려웠다. 소비자들의 반품 관련 불만 등이 생길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새벽배송 허용 방안 적극 추진
중국 이커머스의 초저가 공세에 시름하는 국내 기업을 위한 대책도 발표됐다. 정부는 유통법을 개정해 대형 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통 규제를 개선해 대형 마트를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중소 유통·제조 기업이 해외 쇼핑몰에 입점하고 마케팅을 벌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데 지원사를 작년 400사에서 올해 900사로 확대하기로 했다. 중소 업체의 수출(역직구)을 돕기 위해 미국··일본·동남아 등에 있는 해외공동물류센터를 2022년 238개에서 올해 270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신속한 입법을 추진하고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KC 마크
국가 통합 인증 마크로 KC는 Korea Certification의 약자다. 안전·보건·환경·품질 등 분야별 인증 마크를 단일화했다. 국내 제품뿐 아니라 정식 수입 절차를 거친 제품도 KC 인증 등 안전장치를 거쳐야 국내에 유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