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이 준비돼 있다./뉴시스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4 중소기업인대회 만찬 메뉴에 라면이 등장했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다. 대통령이 기업인을 초청한 공식 만찬 메뉴에 라면이 등장한 건 처음이라고 한다. 행사장 한쪽에 마련된 컵라면 코너에서 직접 가져다 먹도록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앉은 테이블을 비롯해 50개 테이블 중 30여 테이블에 불닭볶음면이 올라가 있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도 직접 불닭볶음면을 시식해보며 “나도 매운맛을 좋아하는데, 불닭볶음면은 세계적인 음식이 됐다”고 말했다.

2012년 내놓은 불닭볶음면 덕에 삼양식품은 올 1분기 매출 3857억원, 영업이익 80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7%, 영업이익은 236% 급증했다. 덕분에 주가는 올 들어 140% 올랐다. 시가총액은 3조9172억원으로 4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1985년 이후 라면 시장 1위였던 농심을 1분기 실적(영업이익 614억원)과 시가총액(2조6247억원)을 앞선 성적이다. 라면업계에선 이를 두고 ‘불닭볶음면’이 ‘신라면’을 제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불닭볶음면의 급성장 비결은 수출이다. 1분기 매출의 75%를 해외에서 거뒀다. 국내 생산공장 세 곳은 밀려드는 수출 물량을 맞추려 대표 과자인 ‘삼양 짱구’ ‘삼양 사또밥’ 생산을 미룰 지경이다. 수출 초기 동남아 위주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미주·유럽으로 시장을 넓혔다. 중국이 30%로 가장 많았고, 동남아(25%), 미주(20%), 유럽(15%) 순이었다.

그래픽=백형선

◇챌린지로 이름 알리고, 이색 조합으로 인상 남겨

해외에서 불닭볶음면에 대한 첫인상은 음식이라기보다 시식 챌린지에 가까웠다. 유튜브·틱톡 등에서 ‘불닭볶음면 챌린지’를 올리는 놀이가 전 세계 유행이 됐다. 미국의 유명 음식 유튜버 맷 스토니(Matt Stonie)의 도전 영상은 1억4000회를 넘겼고, 음식 유튜브 채널 ‘사람vs음식(People Vs Food)’에 올라온 영상은 1400만 회를 기록했다. 마니아들만 찾던 불닭볶음면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건 2022년 방탄소년단(BTS)이 방송에서 불닭볶음면을 먹으면서부터였다. 미국 유명 여성 래퍼 카디비도 자신의 틱톡 계정에 까르보불닭 먹는 영상을 올려 미국 마트에서 불닭 브랜드가 품귀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엔 불닭볶음면의 매운맛을 중화하기 위해 치즈·참치·계란 등 다른 음식과 조합하는 것도 새로운 콘텐츠가 됐다. 괴식(怪食)과 결합한 불닭볶음면도 등장했는데 감자칩 프링글스를 잘게 부숴 불닭볶음면 토핑으로 올리거나, 라이스페이퍼 속 재료로 라면을 넣어 쌈처럼 먹는 식이다.

카디비 불닭 영상에 “좋아요” 400만개 지난 3월 21일(현지 시각) 미국 유명 래퍼 카디비가 자신의 틱톡 계정에 올린 영상에서 삼양식품의 까르보불닭볶음면을 들고 있는 장면. 카디비가 직접 까르보불닭볶음면을 요리해 먹는 해당 영상에 최근까지 ‘좋아요’ 400만개, 댓글 2만6000개가 달렸다. / 틱톡 캡처

◇태국은 마라불닭, 중국은 불닭완탕으로 현지화

불닭볶음면의 첫 공략 지역은 동남아였다. 삼양식품은 세계 무슬림 인구의 60% 이상 살고 있는 동남아 공략을 위해 2014년 한국이슬람교할랄위원회(KMF)의 인증을 받았다.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는 한국과 할랄 인증을 상호 인정하는 협약을 맺었다. 불닭 입지가 어느 정도 다져진 뒤에는 현지 소비자 선호도를 반영해 맞춤형 전략을 펼쳤다. 미주 지역에서는 핫소스 ‘하바네로’를 접목한 ‘하바네로라임불닭볶음면’(2022년), 아시아에선 ‘똠얌불닭볶음탕면’(2023년), 태국에서는 ‘마라불닭볶음면’(2022년), 일본에선 ‘야키소바불닭볶음면’(2023년)을 내놨다.

현지 외식업체와 협업도 병행했다. 중국에서는 만두 프랜차이즈 기업 위안지윈자오(袁记云饺)와 함께 ‘불닭소스 완탕면’ 메뉴를 올해 6월 초까지 판매한다. 미주 시장에선 판매처를 늘리는 데에 집중했다. 현재 불닭 브랜드는 미국 월마트·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 채널에 입점해 있다.

◇직원들이 위약 복용해가며 만든 불닭, 북한도 카피품 내놔

북한의 식품기업 경흥도 ‘매운닭고기맛 볶음국수’를 내놓을 정도로, 불닭볶음면의 인기는 컸다. 불닭볶음면은 2011년 서울 명동 불닭집에 손님이 몰린 것을 본 김정수 부회장의 제안으로 1년 동안 연구하여 개발한 결과물이었다. 당시 매운 소스 2t, 닭 1200마리가 투입됐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연구원들이 매운 소스 황금 비율을 찾으려 청양고추, 베트남고추, 타바스코, 졸로키아, 하바네로고추 등을 혼합하고 시식했다”며 “위가 약한 연구원들은 위장약까지 먹어가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