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강조하던 분위기가 최근 다소 느슨해진 듯한 모습을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미국 대선을 앞둔 보수당의 반(反) 기후대응 공약이나, ESG의 아버지로 불리는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의 “ESG 용어 사용 중단” 선언, 전기차 수요 정체 같은 현상 등 때문에 ‘ESG 퇴조’라는 말까지도 나온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단편적 현상 때문에 ESG 경영을 소홀히 했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 친환경·윤리적 경영은 전세계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인데다, EU의 ‘공급망 실사법’이나 ‘ESG 공시 의무화’ 같은 제도는 전혀 퇴조하지 않고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애플·BMW 등 글로벌 기업들은 ESG가 미흡한 협력사들과 거래를 중단하고 있다. 우리 주요 기업들도 이런 사실을 매우 잘 알고 있다. 이에 ESG 경영을 위한 전담 조직을 만들어 각종 친환경·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 한편, 협력사들의 ESG 대응도 돕고 있다. 제품을 만들기 위해 구축된 공급망 내에서 하나의 사슬이라도 문제가 생길 경우, 해당 기업이 쌓아온 경쟁력까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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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차 협력사는 물론, 원재료·광물까지 ESG 관리

삼성전자는 공급망의 가장 끝단에 있는 제품의 원재료까지 ESG를 관리하고 있다. 자재를 공급하는 모든 협력회사를 대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실사 지침에 따라 책임 광물 현황을 조사하고, 리스크 요인을 사전 검증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분쟁 지역에서 불법적으로 채굴될 가능성이 있는 탄탈럼·주석·텅스텐 등과 같은 분쟁 광물에 대해선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SK도 공급망 전체의 탄소 감축과 윤리 경영을 위해 협력사들을 상대로 ‘ESG 컨설팅’을 벌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협력사를 초청해 ‘동반성장∙ESG CEO 세미나’를 여는 한편, 탄소 줄이기 설비 도입을 지원하고, 1차뿐 아니라 2차 협력사에까지 ESG 심화 과정이 포함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LG화학도 지난해 원재료부터 제조 과정 전체의 환경 영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환경전과정평가(LCA)를 국내외 전 제품을 대상으로 완료했다. 이를 통해 각 제품의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고 공정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고려아연도 분쟁 광물로 알려진 금뿐 아니라 아연·연·은·동의 채굴 과정을 살펴본 ‘책임 광물 보고서’를 발간했다.

◇탄소 저감, 사회공헌 활동도 진화

기업들의 탄소 배출 감소 활동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통해 전기를 얻는 사업장을 꾸준히 늘리는 한편, 사막이나 바다에 숲을 조성하면서 전 지구적으로 탄소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현대차는 사용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인 ‘RE100′에 가입한 뒤 실천에 나서고 있다. 2025년까지 국내 사업장 내 태양광 자가발전 인프라 구축에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2030년까지 국내외 전체 사업장 전력의 6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2045년엔 100%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해양식물이 흡수하는 탄소를 일컫는 ‘블루카본’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상반기 바다 숲 조성 사업에 본격 착수해 오는 2027년까지 울산 2개 해역에 총 3.14㎢ 규모의 바다 숲을 조성할 계획이다.

롯데물산이 운영하는 롯데월드타워는 친환경 건물로 변모하고 있다. 연료전지, 수열·지열·태양열·풍력 등 발전 시설을 갖추고,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약 15%를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있다.

GS칼텍스는 갯벌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임직원이 갯벌 1평을 구입해 평생 소유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갯벌의 탄소 흡수율을 높여주는 염생식물도 심고 있다.

대한항공은 몽골 사막에 20년째 탄소를 흡수하고 황사를 막는 숲을 조성하고 있다. 이 공로로 몽골 대통령의 훈장도 받았다.

지배구조 개선과 사회공헌 활동도 더 활발해지고 있다. 삼성·SK·롯데 등은 주요 계열사의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가 아니라 사외이사가 맡는 ‘사외이사 의장제’를 도입하고 있다. 또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을 경우, 사외이사의 대표 격인 ‘선임 사외이사’를 지정하는 제도도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23일부터 9일간 전 세계 사업장 임직원이 참여하는 특별 봉사 주간을 통해 2만명이 800여 가지의 사회공헌 활동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