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울 1·2호기 발전소 전경. /원자력안전위원회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9년 만에 다시 나왔다. ‘탈원전’을 내건 지난 정부가 계획 원전을 모두 취소하면서 거꾸로 돌렸던 ‘원전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 셈이다. 지난해 신한울 3·4호기의 공사 재개와 원전 10기 계속운전이 확정된 데 이어 고사(枯死) 위기에 몰렸던 ‘원전 생태계’가 경쟁력을 회복하는 바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관심을 끄는 소형모듈원전(SMR)도 2030년대 중반부터 돌아가기 시작한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도 빠르게 늘어나며 2038년 기준 무탄소에너지(CFE)의 전력 생산 비중은 70%에 이르게 된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총괄위원회는 31일 앞으로 15년(2024~2048년) 동안 우리나라 전력 수요 전망과 발전소 건설 계획 등을 담은 전기본 실무안을 정부에 전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총괄위는 지난해 7월부터 활동을 시작, 10개월에 걸쳐 91명의 전문가가 집중적으로 논의해 실무안을 확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바탕으로 전략환경·기후변화영향평가,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정부안을 마련하고, 공청회, 국회 보고 등을 거쳐 올 하반기 최종적으로 확정하게 된다.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8월 실무안이 나온 10차(2022~2036년) 계획은 지난해 1월 확정됐다.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수립되기는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5년 발표한 7차 계획 이후 처음이다. 당시 전기본에서는 경북 영덕 또는 강원 삼척에 원전 2기를 설치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하지만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8차 계획에서 당시 발전사업허가까지 진행했던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해 이들 신규 원전 6기 건설 계획을 취소하며 탈원전을 밀어붙였다. 이번 11차에서는 장소나 규모를 명시하지 않고 건설 기간을 감안해 2038년까지 대형원전 3기, SMR 1기가 추가로 건설된다. 지난해 10차에서 지난 정부가 중단시켰던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기로 하고, 원전 12기의 계속운전을 추진하기로 한 데 이어 신규 원전까지 넣으며 원전 생태계에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원전은 부지 확보를 포함해 14년가량이 걸리는 만큼 11차 전기본이 확정되는 대로 하반기부터 부지 선정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2038년 기준 목표 수요는 129.3GW(기가와트)로 10차에서 2036년 기준 목표치로 제시했던 118GW를 11GW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 남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확대 등으로 16.7GW 만큼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 데 따른 결과다.

전기본 총괄위는 목표수요에 예비율 22%를 반영한 목표설비(157.8GW)에서 이미 계획이 확정된 설비 147.2GW를 뺀 10.6GW를 신규로 넣기로 하고, 원전·SMR은 물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양수 발전 등을 중심으로 발전 설비를 추가하기로 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도 확대한다. 지난해 확정된 10차 전기본에서 2036년까지 태양광·풍력을 99.8GW까지 늘린다고 한 계획을 넘어서 11차 실무안에서는 2038년까지 115.5GW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 기준으로도 태양광은 44.8GW에서 53.8GW로, 풍력은 16.4GW에서 18.3GW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지난해 40%에 못 미쳤던 무탄소 에너지 비중은 2030년 52.9%를 기록하며 절반을 넘어서고, 2038년에는 70.2%에 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