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지난달 생필품을 주문하면 당일 배송하는 서비스를 수도권에서 시작했다. 식품·화장품 등을 파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 컬리는 다음 날 새벽 배송해주던 것에서 나아가 주문 1~2시간 뒤에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서울 일부 지역에서 준비하고 있다. 컬리 관계자는 “컬리나우라고 이름 붙인 서비스를 상반기에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2014년 쿠팡이 로켓배송(익일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자 ‘배송 혁명’이란 말이 나왔다. 이후 10년이 지나면서 배송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눈높이는 더욱 높아졌다. 주문한 상품 배송을 다음 날까지 기다리지 못하는 소비자가 늘었고, 이런 소비자 욕구를 충족하려는 유통 업체들이 당일 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대상 품목도 신선식품뿐만 아니라 책·옷·화장품에 가전제품까지 사고 싶은 물건을 머리에 떠올리고 앱으로 주문하면 바로 그날 받아 볼 수 있게 됐다. 미국의 아마존도 “당일 배송 인프라를 2배로 늘리겠다”고 밝히는 등 유통 업체의 당일 배송 전쟁은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되고 있다.
◇주문 1시간 뒤 받아보는 시대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패션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는 작년 6월부터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당일 배송을 하고 있다. 오후 2시까지 주문하면 그날 상품을 받을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자정 전까지 97% 확률로 배송을 완료한다”며 “빠른 배송을 원하는 고객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당일 배송 시간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오전에 주문하면 퇴근 때 받아보는 속도였는데 이젠 1~2시간에 받을 수 있을 만큼 빨라진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 서비스인 B마트를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관계자는 “1만여 개 상품을 취급하는데 평균 배달 시간이 27분”이라며 “1시간 이내 배달 완료된 비율이 98%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모든 물건의 배달음식화
당일 배송이 가능한 품목도 크게 늘면서 사실상 제한이 없어지고 있다. 책, 화장품, 신선식품에 가전제품까지 배달음식 시켜 먹듯이 당일 배송이 이뤄지고 있다. 유통 업계에서는 당일 배송이 알리익스프레스로 대표되는 중국의 초저가 상품과의 경쟁에서 국내 업체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해외 직구도 배송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국내에 물류 거점을 둔 업체들이 배송 속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SSG닷컴, 홈플러스, 롯데온 등은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 대형마트 점포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당일 배송을 하고 있다. 온라인 주문을 받은 제품을 대형마트 안에서 포장하고 자체 차량으로 배송하는 식이다. SSG닷컴의 경우 오후 2시까지 주문하면 최소 3시간 뒤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 SSG닷컴 관계자는 “하루 240만개 신선식품과 생필품이 당일 배송되고 있다”고 말했다.
당일 배송이 늘면서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자 소비자·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배송비도 떨어지고 있다. 올리브영은 시내 곳곳에 있는 매장과 11개 도심 물류 거점을 활용해 물건을 주문하면 당일에 받아볼 수 있는 ‘오늘드림’ 서비스를 하고 있다. 2018년에는 배송비 5000원을 내야 당일 물건을 받아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3만원 넘게 사면 무료로 배송받을 수 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 온라인 주문의 절반 이상을 당일에 배송하고 있다”며 “당일 배송 물량이 늘어나면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져 배송비가 내려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당일 배송 전쟁은 글로벌 현상이다. 미국 아마존은 지난달 “미국 내 60개 대도시에서 멤버십인 프라임을 통해 주문한 상품의 60%가 당일 또는 다음 날 도착했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당일 배송을 확대하기 위해 2019년부터 전국에 55개 이상의 당일 배송 센터를 설립했다. 아마존은 “수년 내에 미국 내 당일 배송 시설을 2배로 늘리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