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아이폰 등장으로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필수품처럼 자리 잡은 물건이 있다. 바로 핸드폰 케이스다. 휴대전화 전면에 유리 소재를 적용한 데다 화면까지 커지면서 이용자가 실수로 떨어뜨리면 파손될 위험이 커진 것이다.
김대영(53) 슈피겐코리아 대표는 이 시장의 가능성을 봤다. 그는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이 기기가 세상을 다 휩쓸겠구나, 그럼 파손 위험을 줄여주는 케이스를 만들어 팔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세우고,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케이스 판매에 나섰다.
스마트폰 케이스 판매가 주력인 슈피겐코리아는 지난해 44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브랜드다. 북미·유럽·아시아 등 해외 매출 비중이 94%에 달한다. 특히 미국·캐나다 매출이 전체의 47%이다. 미국에 머무는 김 대표를 화상으로 만나 성공 비결을 물었다.
◇아마존 공략하니 길이 보였다
김 대표는 중앙대 물리학과 졸업 후 IT 업체 쌍용정보통신, 케이컴스 등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했다. 2004년 핸드폰 보호필름 업체로 처음 사업을 시작했는데, 아이폰이 등장하자마자 케이스로 눈을 돌렸다. 그는 “당시 한국엔 아이폰이 못 들어오고 있어서 케이스를 팔려면 미국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처음부터 승승장구한 건 아니다. 사업 초기엔 하루에 10~20개밖에 못 파는 날도 많았다. 2011년 무렵 미국 법인 매출은 70억~80억원 정도였고, 상당수가 미국에서 소비되는 게 아닌 중국·러시아로 가는 물량이었다.
미국 시장을 유심히 관찰하던 김 대표의 눈에 들어온 건 아마존이었다. 아마존이 ‘모든 것을 다 파는 온라인 상점’으로 떠오르던 시기였다. 그는 “나조차도 모든 쇼핑을 아마존에서만 하더라”며 “우리 제품을 아마존 최상단에 노출될 수 있게 마케팅 전략을 바꿨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 등에서 슈피겐 광고를 클릭하면 자체 쇼핑몰 대신 무조건 아마존 판매 페이지로 연결되도록 했다.
◇보호력 높이고 신제품 발 빠르게 내놔
유통 전략만 바꾼 게 아니다. 김 대표는 “스마트폰 케이스는 무조건 얇고 예쁘면 좋다고 생각했는데 미국은 두껍더라도 튼튼한 제품을 좋아하더라”라고 했다. 미국 시장에 맞춰 보호력을 높이면서도 경쟁사보다는 얇은 제품을 내놓기 위한 기술 개발에 들어갔다. 모서리 보호(에어쿠션), 충격 분산(스파이더웹 패턴) 같은 기술을 적용했다. 알록달록하거나 파스텔톤 위주였던 제품 색상도 현지 취향에 맞춰 검정·투명 같은 차분한 색상 위주로 바꿨다.
신제품 출시 주기도 단축했다. 회사 내부에서 디자인 품평회 같은 절차를 없애 경쟁사보다 하루라도 더 빨리 신제품을 만들었다. 스마트폰을 새로 바꾼 소비자가 아마존에서 케이스를 검색했을 때 첫 페이지에 뜰 수 있게 한 것이다.
슈피겐 제품은 아이폰6가 출시된 2014년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는 “아이폰6용 케이스 ‘터프 아머’가 아마존에서만 한 달에 980만달러(약 130억원)어치씩 팔렸다”며 “2013년 665억원이었던 회사 매출이 1년 만에 1420억원으로 배 이상 뛰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근엔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이 좋아지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고, 스마트폰 교체 수요도 예전보다 줄어 고민이 많다”고 했다. 시장 성장도 둔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스마트폰 케이스 말고도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외연을 넓히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나 차량용 액세서리, 충전용품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