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석유공사 내부엔 ‘광개토 프로젝트’팀이 꾸려졌다. 이 팀은 우리 영토를 확장한 광개토대왕처럼 “새로운 자원을 찾아 에너지 안보를 확립하자”는 목표로 결성됐다. 약 1년간 우리나라의 동·서·남해 해저를 탐사하면서 특히 경북 포항 인근의 동해에 집중했다. 이 지역에서 새로운 석유, 가스전의 가능성을 확인 뒤 지진파와 수퍼컴퓨터 등을 활용해 본격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나갔다.
동해 탐사에서 희망을 발견했지만, 과연 진짜 자원이 있을지, 있다면 얼마나 있을지 등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고 한다. 이 팀은 그간 축적해온 데이터를 분석할 방법을 찾다가, 세계적인 심해 탐사 기술 평가 기업인 ‘액트지오’에 의뢰했다. 이 업체는 심해 광구로는 금세기 최대 석유 개발 사업으로 평가받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 탐사에도 참여했던 기업이다. 곧장 석유공사는 지난해 2월 갖고 있던 모든 데이터를 보냈다. 그로부터 10개월 후인 지난해 말 석유공사는 “석유·가스 부존량 최대 140억배럴”이란 ‘놀라운’ 결과 보고서를 받는다. 이것이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 ‘영일만 일대 석유·가스 시추 탐사’를 승인하게 된 배경이다.
◇영일만 일대 최대 140억배럴 석유, 가스 매장 가능성
석유공사는 먼저 영일만 일대를 탐사하며 넓은 영역을 평면적으로 훑어 자원 유망 지역을 대략 파악하는 2D 탐사를 했다. 직선상에 배치된 지진 센서를 이용해 예상 매장 지역에서 얻은 지진파를 수퍼컴퓨터로 받아 분석하는 방식이다. 이어 2D 탐사를 통해 추려낸 탐사 영역의 공간적 규모를 알아내는 3D 탐사도 진행했다.
액트지오로부터 평가 결과를 받은 뒤에도 정부와 석유공사는 반년간의 자체 평가와 검증 작업을 거쳤다. 산업부 관계자는 “평가 결과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으로부터 신뢰성을 검증받는 등 충분한 확인 절차를 걸쳐 3중·4중으로 확인하며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고 했다.
정부는 올해 말부터 실제 해저에 구멍을 뚫어 자원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시추 탐사를 시작한다. 매장량과 매장 지역 등이 확인되면 2027~2028년 공사를 통해 2035년 상업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실제 석유와 가스가 매장된 것이 확인된다면 ‘자원 빈국’으로 여겨졌던 한국이 단숨에 세계 11위권(매장량 기준) 산유국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실제 상업 생산까진 시추 탐사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그간 쌓아온 경험과 발전된 기술을 바탕으로 실제 상업 생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상업 생산 시 에너지 안보에 기여... 경제성도 높아
앞서 1976년 박정희 정부 때도 영일만 일대 원유와 가스가 발견됐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경유가 땅속으로 흘러들어 벌어진 ‘해프닝’으로 마무리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엔 실제 자원이 동해 심해에 매장됐을 가능성은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50년 전에 비해 탐사 기술은 상상 이상으로 좋아져 정확도가 높아졌고, 추정 매장량이 1990년대 발견된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막대한 양이라 “이번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매장이 확인돼 상업 생산만 시작되면 판매나 수출 여건도 좋다. 가스는 개발해 시추하더라도 사용하거나 수출하기 위해선 인프라가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관련 기술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또 한국과 함께 세계 최대 LNG 소비국인 중국과 일본이 인접해있다.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경우 LNG터미널이나 수요국이 부족한 것과 대조적으로 투자 여건이 매우 좋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