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하는 새 항공엔진은 2026년 공군에 배치 예정인 한국 최초 국산 전투기 KF-21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FT가 전했다. 사진은 KF-21가 팬텀과 편대 비행하는 모습. /공군

국내 유일의 항공엔진 제작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잇딴 자주포 수출에 이어 첨단 전투기 엔진 개발 사업에까지 뛰어들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이 이를 집중 조명하는 기사를 내고 있다. 항공엔진은 서구권 주요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산업으로, 만약 한화가 개발에 성공한다면 최초의 국산 항공엔진이 만들어지게 된다.

FT는 2일(현지시각) “한국 최대 방산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정부와 함께 전투기 엔진 개발에 나섰다”며 “이는 한국 방산업계의 밸류 체인을 한층 끌어 올리는 동시에, 자주 국방력을 높이기 위한 행보”라고 전했다.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르면 2036년까지 첨단 엔진 개발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 회사는 GE에어로스페이스, 프랫앤휘트니(P&W), 롤스로이스 등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글로벌 엔진사의 주요 부품 공급사”라고 했다. 이 엔진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이 하반기 양산할 국내 최초 국산 전투기 KF-21의 개량형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FT는 덧붙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P&W 등 글로벌 메이저 업체와 파트너십(RRSP∙Risk & Revenue Sharing Partnership)을 맺고 항공 엔진을 공동 개발하는 역량을 갖췄다. 글로벌 메이저 업체와 이러한 형태의 파트너십을 맺은 회사는 일본의 IHI, 독일의 MTU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현재 최신 전투기에 동력을 공급할 수 있는 자체 엔진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국 등 6개국뿐이다.

이광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사업부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자주 국방과 경제적 득실을 고려하면 하루 빨리 독자 엔진 개발에 착수해야 한다”며 “우리가 선진 업체를 따라 잡을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 부장은 한화의 도전을 자동차 시장에 빗대 “포드가 페라리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하지만 시도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도 최근 “한국 정부가 지난해 첨단 엔진 개발 계획을 밝힌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약 400억원 규모의 증설 투자 계획을 내놨다”며 “한화가 독자적으로 선박 및 미사일 엔진을 제작할 역량은 갖췄지만, 그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해내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군사 전문지인 제인스는 “새로운 공장이 한국 정부의 새 독자 엔진 개발을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짚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폴란드(K9 자주포, 천무 등), 호주(K9 자주포, 레드백 장갑차 등) 등과 잇달아 대규모 수출 계약을 맺었다.

다만 지상 무기와 달리 항공기용 첨단 엔진 개발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더글러스 배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 선임 연구원은 “(한화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술적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지만, 첨단 엔진 개발과 관련된 과제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호성 창원대 첨단방위공하과 교수도 “항공엔진 소재 개발은 섭씨 2000도 이상의 연소열을 견뎌야 하는 복잡한 기술이다. 중국도 최근까지 기술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성공하더라도 “규모의 경제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