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 야경. /뉴스1

송배전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전력망법)은 21대 국회 폐회 전날 극적으로 여야 합의까지 이뤘으나, 결국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발의된 후 8개월간 국회에 계류만 하다 폐기된 것이다. 전력난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만큼, 22대 국회에서 최우선적으로 이 법의 재·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망법의 핵심은 송배전망을 ‘더 빨리’ ‘더 많이’ 짓자는 것이다. 세계적인 인공지능(AI) 붐 속에서 송배전망이 잘 깔려 있어야 첨단 산업 단지 등에 안정적 전력 보급이 가능하고, 우리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법을 적용하면 그간 한국전력이 홀로 해오던 송배전망 건설에 중앙 정부가 직접 나설 수 있게 된다. 송배전망을 지으려면 지자체,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여러 부처로부터 제각각 까다로운 인허가를 받아야 했는데, 이 절차를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전력망 확충위원회’로 일원화해 속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환경영향평가 면제, 합리적 지원·보상책 등 내용이 담겼다. 이 법이 통과되면 정부가 622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등 수도권 지역 첨단 산업 단지에 원활한 전기 공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21대 국회에서 여야는 전력망법의 대부분 내용에 대해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민간 투자 허용’ 부분에 대해 이견이 있었다. 야권에서 민간 투자가 전력망 민영화로 이어지고, 전기요금이 상승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40조원이 넘는 적자를 안고 있는 한전의 재무구조상, 민간의 투자 없이는 적기에 송배전망을 준공하기 어렵다. 또 독일, 영국, 미국 등 해외 주요국에선 송배전망 건설에 민간 기업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해외에선 민간에서 투자를 받고, 민간기업이 송전선로 건설에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막대한 비용 마련과 건설 속도를 높이는 데 필요하다”고 했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송배전망 문제는 여야도, 민관도, 재생이냐 원전이냐의 문제도 아니고, ‘반도체가 국내에 있을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