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를 찾아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양사 협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최태원(왼쪽) SK 그룹 회장과 TSMC 웨이저자 회장이 지난 6일 대만 타이베이 TSMC 본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SK그룹

최 회장 개인적으로는 지난달 말 이혼소송 2심에서 사실상 패소한 이후, 조직 구성원에게 사과하며 강조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자’는 메시지를 경영 행보로 이어갔다는 평가다. 이달 말 예정된 SK그룹 최고 경영진이 모여 경영 전략을 의논하는 중요 연례행사 ‘확대경영회의’를 앞두고, 그룹 주력 사업인 반도체 경쟁력을 재차 점검했다는 의미도 있다.

SK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6일(현지 시각) 대만에서 TSMC 웨이저자 회장 등 대만 IT 업계 주요 인사들과 만나 AI 및 반도체 분야 협업 방안 등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인류에 도움되는 AI 시대 초석을 함께 열어가자”고 메시지를 전하고,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와 TSMC의 협력을 강화하는데 뜻을 모았다.

앞서 SK하이닉스는 HBM4(6세대 HBM) 개발과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4월 TSMC와 기술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HBM4부터 성능 향상을 위해 베이스 다이(Base Die) 생산에 TSMC의 로직(Logic) 선단 공정을 활용할 계획이다. 베이스다이는GPU(그래픽 처리 장치)와 연결돼 HBM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회사는 이 협력을 바탕으로 HBM4를 2025년부터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최 회장의 최근 출장은 AI 및 반도체 분야 글로벌 협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AI 및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협력 생태계 구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생산기업인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찾아 SK하이닉스와 기술협력 방안(EUV용 수소 가스 재활용 기술 및 차세대 EUV 개발)을 논의했다. 지난 4월에는 미국 새너제이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CEO를 만나 양사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의 최근 행보는 한국 AI, 반도체 산업과 SK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