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국회의사당./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대선을 5개월 앞둔 상황에서 대선주자들의 대(對) 중국 통상 공세가 강화되는 가운데 연방의회가 추진하는 중국 견제 법안의 입법 동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9일 ‘미 의회 대중국 견제 입법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제118대 미 의회 개원 이후 9개월 동안 발의된 중국 관련 법안은 총 376개에 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118대 의회의 대중 견제 법안 발의는 116대(476건), 117대(432건) 의회를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미 연방의회에서 검토 중인 주요 대중 견제 수단은 ① 고율의 관세 조치 ② 항구적 정상무역 관계(PNTR) 지위 철회 ③ 멕시코 등을 경유한 우회수출 방지 등이 대표적이다. PNTR 지위는 미국이 의회의 정기적 심사 없이 자동으로 최혜국 관세를 적용하는 근거다.

미 의회는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전기차, 조선·해운, 철강·알루미늄 등 전략 품목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응해 무역법 301조 조치 강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의회는 또 중국 제품 수입에 따른 국가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를 발동하고, 중국 특별 세이프가드 조치를 재도입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중국 특별 세이프가드 조치는 중국산 수입품 급증으로 인한 자국 산업의 피해 입증 기준을 WTO(세계무역기구) 일반 세이프가드 조치 요건보다 낮춰 더 쉽게 발동할 수 있게 한 조치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118대 의회 회기 시작과 함께 중국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초당적인 대중국 정책을 개발, 지난해 12월 130개의 입법 규제안을 담은 정책 권고 보고서를 채택했다. 무협은 보고서에서 “중국의 PNTR 지위 철회가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관세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지위가 철회되면 별도의 조사를 거쳐 도입해야 하는 반덤핑·상계관세 조치 등과 달리 언제든지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며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했다.

중국 전기차가 관세 조치를 회피하기 위해 멕시코를 우회해 미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 기업이 제3국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규제하기 위한 방안도 검토에 들어갔다. 무협은 “해당 법안들이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회기 내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다음 회기에서 재발의 된다면 초당적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특정 정당(공화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고, 상·하원을 모두 장악할 경우 대중국 견제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 같은 대중 강경 견제 기조가 한국 기업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산 원료나 중간재를 사용하는 한국 기업이 예상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대체 시장인 제3국 시장에서의 한·중 경쟁이 심화할 가능성도 크다.

한아름 무협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에는 대통령의 권한뿐만 아니라 정책 의제 설정권자인 의회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의회 선거 동향을 함께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