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가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실증단지 건설을 시작했다. SMR은 규모가 작고, 물보다 무거운 액체인 나트륨을 냉각제로 사용하며 원전에서 나온 폐연료봉을 다시 연료로 쓸 수 있어 ‘꿈의 원전’으로 불리기도 하는 차세대 원전이다. 4세대 SMR 착공에 나선 것은 테라파워가 미국 기업 중 최초다. 국내에선 SK그룹이 2022년 테라파워에 약 3000억원을 투자해 선도 투자자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테라파워는 10일(현지시각)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실증단지’ 착공식을 열고 4세대 SMR 원자로인 ‘나트륨’을 포함해, 전력 생산 장비 등 기타 제반 공사에 돌입했다. 일종의 ‘파일럿’ 개념으로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버핏이 소유한 전력회사 파시피콥의 석탄화력발전소 부지 안에 약 25만 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인 345메가와트(㎿)급 단지로 구축된다. 2025년 폐쇄 예정인 기존 석탄 화력발전소 인근에 실증 원자로를 설치하고, 생산 효율 등이 검증되면 2030년 상업 운전하는 게 목표다.
SMR은 기존 원전 대비 발전 용량과 크기를 줄인 소형 원전이다. 기존 원전이 용수 문제로 바닷가에 주로 조성되는 것과 달리 부지 규모가 작고 안정성이 높아 도시와 산업단지 등 전력 수요처 인근에도 조성할 수 있는 차세대 원전으로 꼽힌다. 건설 시간과 비용 모두 기존 원전 대비 대폭 줄일 수 있어 미국은 물론 한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원전 기술 강국들은 SMR 개발 및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이날 착공식에는 테라파워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 유정준 SK온 부회장 겸 SK아메리카스 대표, 김무환 SK㈜ 그린부문장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빌 게이츠는 “이 차세대 발전소가 우리나라(미국)의 미래를 움직일 것”이라며 “우리의 경제와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더 풍부한 청정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당시 약 3000억원)를 투자해 선도 투자자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실증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SK는 테라파워와 함께 아시아 사업 진출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한다. 김무환 SK㈜ 부문장은 “테라파워는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정부, 민간기업 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상업화에 빠르게 다가서고 있다”며 “향후 테라파워와의 협력을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 다양한 사업 기회를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