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4이동통신사 설립을 준비해온 ‘스테이지엑스’의 주파수 할당대상법인 선정을 취소하기로 했다. 처음 약속한만큼 자본금을 납입하지 않았고, 주주구성도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4일 “주파수 할당대상법인 선정 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 위한 청문 절차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행정절차법에 따른 청문을 거쳐 취소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스테이지엑스는 지난 1월 말 5G 신규사업자 대상 28GHz(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 경매에서 4301억원을 써내며 주파수를 낙찰받았고 이후 할당대상자로 선정됐는데 4개월여만에 무산 수순을 밟는 것이다. 이로써 정부의 제4이통 추진 사업은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됐다.
◇2000억원 납부한다더니 실제론 4분의1도 안돼
스테이지엑스는 지난달 7일 주파수 1차 대금(430억원)을 납부하며 주파수 납부금 영수증, 법인등기부등본, 자본금 납입 증명서, 할당조건 이행각서를 제출했다. 이 서류들에 문제가 없고 필요한 사항을 모두 이행하면 정부가 주파수할당통지서를 배부한다. 이후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거쳐 사업을 시작하게 되는 구조다.
그러나 14일 과기정통부는 “한달여간 서류를 검토한 결과 법에서 정한 사항들을 이행하지 않아 최종적으로 선정 취소 절차를 밟게 됐다”고 밝혔다. 여러 차례 추가적인 해명과 이행을 요구했지만 스테이지엑스가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한다.
정부가 문제 삼은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약속된 자본금 납입을 지키지 않은 부분이다. 스테이지엑스는 지난 1월초 제출한 주파수할당신청서에서 자본금 2050억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7일에 낸 자본금납입증명서에 적시된 금액은 이에 현저히 미달한 금액이었다고 한다.
지난달 스테이지엑스는 보도자료를 내고 “500억원대 금액을 확보했고 3분기까지 나머지 금액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자본금납입증명서에 기재한 금액은 500억원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과기정통부는 “복수의 법률자문 결과 필요서류 제출시점인 5월 7일에 자본금 2050억원 납입 완료가 필수요건임을 재확인했다”고 했다. 지난달 7일 이미 2050억원을 마련한 상태였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13일 현재 법인등기부등본에는 자본금이 1억원으로 기재되어 있어 자본금납입증명서와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스테이지엑스가 이보다 자본금을 더 확보했다면 상법상 2주 안에 변경등기를 했어야 한다.
◇주요 주주 중 한 곳만 자본금 납입
주주구성도 1월 제출했던 주파수할당신청서와 달라졌다. 정부는 “신청 당시 5% 이상 주요 주주 6개 중 자본금 납입을 일부 이행한 주주는 스테이지파이브 1개 뿐”이라며 “다른 주요주주 5개는 필요서류 제출기한인 5월 7일 현재 자본금 납입을 하지 않았고 기타주주 4개 중 2개도 납입하지 않았다”고 했다. 구성주주와 구성주주별 주식소유비율도 주파수할당신청서의 내용과 크게 다르다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구성주주와 주식 소유 비율을 변경해서는 안되며, 할당신청서류에 기술한 자금조달계획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서약 사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이는 할당대상법인 선정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과기정통부는 총 3차례에 걸쳐 각 구성주주들의 자본금 납입 증빙서류를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하지만 스테이지엑스는 “신규 이동통신 사업자 지위 확보 이후 출자를 위해 필요한 절차를 이행할 예정”이라고만 답변했다. 과기정통부는 “이후 주요 구성주주들로부터 자본금 납입계획이 확정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런 사유들로 인해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가 주장하는 자본금 조성을 신뢰할 수 없고, 할당신청서에 적시된 자본금이 적절히 확보되지 않을 경우 주파수 할당대가 잔액 납부, 설비 투자, 마케팅 등 적절한 사업수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장비제조사 등 협력사, 투자사, 이용자 등 향후 우려사항도 고려해 할당대상법인 선정 취소라는 결론을 내렸다.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에 주파수 할당대상법인 선정 취소 처분 예정임을 사전 통지하고, 향후 행정절차법에 따른 청문을 거쳐 선정 취소 처분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