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 관련 기자 설명회에 참석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오전 이혼소송 판결 기자회견에 참석해 “개인적인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배우자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에게 약 1조원대 재산 분할을 결정한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 이후 18일 만으로, 최 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재판 관련 입장을 직접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최 회장은 사과 입장을 밝히며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다만, 최 회장은 항소심 판결에 대해서는 “사법부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재산분할에 관련된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발견됐다. 그리고 그 오류는 (SK) 주식이 분할 대상이 되는지, 또는 얼마나 (분할) 되어야 하는지 전제에 속하는 아주 치명적이고 큰 오류라고 (변호인들로부터) 들었다”고 했다.

최 회장의 법률 대리인과 SK그룹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이 이혼소송 항소심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혼소송은 최 회장 개인의 소송이지만, 2심 재판부가 SK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SK㈜ 주식을 최 회장과 노 관장의 부부공동재산으로 판단하면서, SK 측도 이날 회사 차원에서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 시작에 앞서 최 회장이 먼저 기자회견장에 참석해 약 8분간 입장을 밝혔다. 최 회장은 “무엇보다 먼저 개인적인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노소영 아트나비센터 관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관련 입장에 대해 얘기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최 회장은 상고 이유에 대해 항소심 판결 오류뿐 아니라 SK 그룹의 명예도 강조했다. 그는 “또 하나 큰 이유 중 하나는 ‘SK 성장이 불법적인 비자금을 통해 이뤄졌다’ ‘6공화국 후광으로 SK가 사업을 키웠다’고 하는 판결 내용이 존재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저뿐만 아니라 SK그룹 구성원 모두 명예와 긍지가 실추됐고 훼손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고자 상고를 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후 최 회장의 법률 대리인은 “최 회장이 1994년 취득한 대한텔레콤 주식의 가치 산정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고 설명했다. 대한텔레콤(SK C&C)은 현재 SK그룹 지배구조 정점인 SK㈜의 모태가 되는 회사다. 2심 재판부는 노 관장의 기여를 인정하면서 SK㈜ 주식도 부부 공동 재산이자 분할 대상으로 인정한 바 있다.

이날 최 회장의 변호인단은 재판부가 ‘공동 재산’으로 판단한 근거로 제시한 ‘주식 가치 상승분’ 계산에 오류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판결의 주 쟁점인 주식가치 산정을 잘못하여 노 관장의 내조 기여가 극도로 과다하게 계산되었다는 것이 오류의 핵심”이라며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오류에 근거하여, SK㈜ 주식을 부부공동재산으로 판단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재산 분할 비율을 결정하였다”고 했다.

변호인단이 오류를 주장하는 쟁점은, SK㈜ 주식의 가치에 최 회장의 부친인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과 최 회장 중 누구의 기여가 컸는지와 관련돼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주식이 최 선대회장 시절 12.5배 오르고, 이후 최 회장 재임 기간 중 355배 올랐기 때문에 최 회장은 ‘자수성가형 사업가’에 해당하고, 노 관장도 ‘자수성가’에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SK㈜ 주식은 “‘특유 재산’에 해당해 재산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최 회장 측 주장과 반대 판단이었다. 특유재산은 부부가 혼인 전부터 각자 소유하고 있던 재산, 혼인 중 한쪽이 상속·증여로 취득한 재산 등을 의미한다. 재산 형성에 상대방의 기여가 없어 보통 이혼 소송에서는 재산 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고, 특유재산의 유지·관리·증식을 부부가 함께했다면 분할 대상에 포함돼 기여도만큼 받을 수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최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은 주당 3만5650원으로 계산했다.

그러나 이날 SK 측은 1998년 ‘주당 100원’ 기준은 오류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현 회계법인 한상달 회계사는 “해당 주식이 두 차례 액면 분할됐던 점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주식 가액은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 맞는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1994년부터 1998년 고 최종현 회장 별세까지와, 이후부터 2009년 SK C&C 상장까지의 SK C&C 가치 증가분을 비교하면서 잘못된 결과치를 바탕으로 회사 성장에 대한 고 최종현 회장의 기여 부분을 12배로,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했다”며 “그러나 실제로는 고 최종현 회장 시기 증가분이 125배이고 최태원 회장 시기 증가분은 35배에 불과했다”고 했다. 최 선대회장과 최 회장의 기여도 오류를 정정하면, ‘상속 재산’의 성격이 강해진다는 뜻이다.

최 회장의 법률 대리인은 “항소심 재판부는 잘못된 결과치에 근거해 최 회장이 승계상속한 부분을 과소평가하면서 최 회장을 사실상 창업을 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며 “또한 이에 근거해 SK㈜ 지분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결정하고 분할 비율 산정 시에도 이를 고려하였기에, 앞선 치명적 오류를 정정한 후 결론을 다시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도 “이번 판결은 입증된 바 없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SK 역사와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며 “이를 바로잡아 회사의 명예를 다시 살리고 구성원의 자부심을 회복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