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현대차·롯데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이번 주부터 주요 수뇌부가 참여하는 회의를 잇따라 열고 올 하반기 전략을 모색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전쟁이 지속되고 11월 미 대선이 다가오면서 외생 변수가 확대되는 가운데 근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응책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18일부터 상반기 글로벌 전략회의에 돌입해 사업부·지역별 전략을 수립한다. 특히 지난달 원포인트 인사로 반도체 수장을 맡은 전영현 부회장이 주재하는 DS 부문 회의(25일)가 주목된다. 지난해 15조원에 가까운 사상 최대 적자를 낸 반도체 사업은 올 들어 실적은 회복세지만, AI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 경쟁사에 밀리고 있어 “이제 더 이상 1등이 아니다”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특히 엔비디아의 HBM 반도체 테스트를 올해 내 통과하는 것을 목표로 강도 높은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28~29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최태원 회장,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포함한 50여 명의 경영진이 참석하는 경영전략회의를 연다. SK는 올 초부터 진행한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 방향을 공유하고, 비용 절감을 위한 경영 효율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광범위한 M&A(인수·합병)를 통해 사업을 확장해왔던 SK는 반도체와 그린(배터리·수소 등) 사업을 중심으로 ‘질적 성장’과 ‘사업 내실화’를 위한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현대차·기아는 상반기 해외권역본부장 회의를 이달 말 일주일간 연다. 두 회사 CEO 주재로 권역본부장, 판매·생산 법인장들이 참석해 상반기 판매 성적표를 점검하고, 연간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을 논의한다. 3년 연속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두 회사는 올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통상 리스크를 극복하고 판매량 세계 3위를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할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다음 달 신동빈 회장 주재로 하반기 사장단 회의를 열고 중장기 전략을 논의한다. 중국과의 경쟁 심화로 3년 연속 적자가 예상되는 석유화학 사업과 성장이 정체된 유통사업의 위기 대응책, 바이오·전기차 충전 등 신사업을 점검한다.
앞서 LG그룹은 지난달 초 2주간 구광모 회장 주재로 전략보고회를 열고 LG전자·LG이노텍 등 주요 계열사와 사업본부의 중장기 전략 방향을 점검했다. AI와 전장(자동차 전기 장치) 등 미래 먹거리를 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