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전 8시 30분쯤 서울 중구 성동공업고등학교. 이날 이 학교에선 ‘2024년 제2회 산업안전기사’ 자격시험이 시행돼 약 370여 명이 몰렸다. 보통 이 시험은 은퇴 이후 삶을 준비하는 50대 이상 중년 남성들이 주로 응시했지만, 이날 각 고사장에는 여성과 20~30대 응시자도 많았다. 자신을 30대로 밝힌 김모씨는 “아는 형님이 이 자격증을 따서 전기 감리 관련 회사에 재취업했다”며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서 산업안전기사를 많이 뽑는다고 하길래 오늘 이 시험을 보러 처음 왔다”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산업안전 관련 자격시험 응시자가 급증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사업장마다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예산·점검 등 안전 보건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업장에선 새로 안전 관리 인력을 채용하거나, 기존 직원 중 관련 교육을 이수한 안전 업무 담당자를 지정해야 한다. 특히 올해부터 2년 유예 끝에 전국 83만7000곳에 달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면서 관련 인력 수요가 폭발하며 일자리가 늘었고, 연봉이 오르는 등 처우도 개선되고 있다.

산업안전기사는 산업 현장 안전 관리와 재해 예방에 특화된 자격을 보유한 인력이다. 17일 산업인력보건공단에 따르면 올해 3월과 6월 실시된 1차와 2차 산업안전지도사 자격시험 응시자 수는 9426명이다. 이는 지난해(6332명) 대비 48.8%, 중대재해법 시행 전인 2021년(2411명)에 비해선 291% 급증한 수치다. 또 다른 자격시험인 ‘산업보건지도사’ 시험도 마찬가지다. 1~2차 시험 응시자가 2021년엔 613명이었는데, 올해는 991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런 인력을 채용할 여력이 안 되는 중소기업도 상당수다. 이런 기업들은 대부분 기존 직원들이 안전 관련 업무를 겸임하고, 보건 교육을 받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영세 중소기업 대부분이 중대재해법에서 요구하는 관련 인력을 새로 뽑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른 업무를 하던 기존 직원들이 안전 업무까지 겸임하는 경우가 많고, 이러다 보면 도리어 현장 관리에 더 소홀한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