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그룹 본사 전경.

신세계그룹이 이커머스 사업의 대표, 임원 등 수뇌부를 물갈이했다. 이커머스 업계 경쟁사인 중국 알리바바, 쿠팡, 네이버 출신을 영입해 수뇌부를 채우는 ‘고강도 처방’을 했다. 정용진 회장이 지난 3월 회장으로 승진한 후 연임이 확정됐던 신세계건설 대표를 일주일 만에 교체한 데 이어 이커머스 사업에도 칼을 댔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중국의 알리·테무·쉬인 등 이른바 ‘알테쉬’와 쿠팡 등 이커머스의 공세에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국내 유통업계 1위 신세계그룹이 인적 쇄신을 비롯해 ‘외과수술식 개혁’을 당분간 계속해 나갈 것으로 전망한다.

◇이커머스 양대 계열사 대표 교체

신세계그룹은 이커머스 양대 계열사인 G마켓과 SSG닷컴의 대표를 모두 교체했다. G마켓을 이끌 새 대표로 정형권(51) 전 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을 영입했다. 정 신임 대표(부사장)는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기업인 알리바바 그룹의 한국지사 총괄 겸 알리페이 유럽·중동·코리아 대표를 지냈다. 쿠팡에서 재무 임원으로도 일했다. SSG닷컴의 신임 대표에는 최훈학(52) 전무가 내정됐다. 최 신임 대표는 기존에 맡았던 SSG닷컴 영업본부장을 겸직한다. SSG닷컴 이인영 대표는 단독 대표에 오른 지 9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G마켓 CPO(최고제품책임자)에 해당하는 PX본부장에는 네이버에서 쇼핑플랫폼 책임리더를 지낸 김정우 상무를 영입했다. G마켓은 개발자 조직인 테크(Tech)본부를 별도 조직으로 분리하고 본부장에 쿠팡에서 엔지니어 디렉터를 역임한 오참 상무를 영입했다. 내부 인사 중에선 이마트 DT(디지털 전환) 총괄을 맡고 있던 안종훈 상무가 SSG닷컴 D/I(데이터/인프라) 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중국 기업, 국내 경쟁사 출신에 더해 내부 인사 이동까지 인사에서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활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에 대해 “신세계그룹이 추진해온 이커머스 혁신 토대의 완성”이라고 자평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5일 CJ그룹과 사업제휴 합의서 체결식을 가지며 이커머스 배송을 CJ대한통운에 맡기는 등 물류 협력을 하기로 했다. 신세계는 보도자료에서 “물류 시스템 정비에 이어 주요 핵심 임원을 동시에 교체하는 ‘완전한 변화’를 선택함으로써 잠시 주춤했던 온라인 사업의 새로운 성장에 시동을 걸었다”라고 썼다.

◇적자의 늪에 빠진 이커머스 계열사

이번에 대표가 모두 교체된 G마켓과 SSG닷컴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G마켓은 2020년 85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신세계그룹이 2021년 3조4000억원에 인수한 후 적자 행진 중이다.

SSG닷컴은 2018년 물적분할 이후 한 해도 빠짐 없이 적자를 기록 중이다. 작년에는 처음으로 매출액이 이전보다 줄어드는 역성장을 기록했다. 신세계그룹은 “핵심 사업들의 미래 전략을 살펴본 결과, 이커머스 사업군은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이 절실했다”고 밝혔다.

2019년 이마트는 사상 초유의 분기(2분기) 적자를 기록한 뒤 처음으로 외부 인사인 강희석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를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임시처방이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9월 강 대표를 포함해 그룹 핵심 계열사 6곳 중 5곳의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이때부터 신세계그룹은 외부 인사를 물색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1월 경영전략실을 개편하고 경영진단팀을 신설했다. 경영진단팀은 사업군별 경쟁력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봤고, 이커머스 계열사가 첫 번째 처방 대상이 됐다. 재계 관계자는 “정용진 회장이 회장에 오른 뒤 첫 처방전을 이커머스 부문에 발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 안팎에선 인적 쇄신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4월 신세계건설 대표를 경질하며 “앞으로도 최고경영자와 임원진을 회사 내부의 성과 지표를 토대로 수시로 평가해 기대 실적에 못 미치거나 경영 성과가 저조할 경우엔 엄정하게 인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