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석 SK온 최고사업책임자(CCO). /SK온

배터리 제조사 SK온은 19일 성민석 CCO(최고사업책임자) 부사장을 해임했다고 밝혔다. 미국 포드자동차 출신인 성 부사장은 작년 8월 SK온에 영입돼 완성차 대응 업무를 맡아왔지만 최근 포드의 전기차 생산이 줄면서 역할도 축소된 상황이었다.

최근 전기차·배터리 시장은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주문 감소, 가동률 하락, 투자 계획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 시장은 우상향 성장 추세지만 몇 년간 가팔랐던 성장률은 급격히 꺾였다. 부족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비싼 가격대가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호황기에 조(兆) 단위 투자를 발표했던 기업들은 투자 계획을 축소하는 등 캐즘 ‘보릿고개’에 대비하고 있다. GM, 포드 등 주요 완성차 기업이 작년 말부터 전기차 공장 투자 계획을 중단하거나 연기했다.

고객사의 전기차 생산량이 줄면서 배터리 기업도 생산 목표를 수정하고 가동률 조정에 들어갔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국내 배터리 3사는 각각 수백조원대 수주 잔고가 있지만, 당장 생산량은 줄어든 상황이다.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등 배터리 소재 기업도 목표 생산량을 축소했다.

일본 최대 배터리 기업 파나소닉도 투자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현재 50GWh(기가와트시) 규모인 생산능력을 2031년 초까지 200GWh로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최근 달성 시점을 2031년 초에서 ‘미정’으로 변경하고 해당 기간 매출 목표도 ‘3배 확대’에서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도 주요 배터리 기업의 재무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막대한 설비투자가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S&P는 지난 3월 SK이노베이션(SK온의 모회사)의 ‘BBB-’ 신용등급을 ‘BB+’로 하향 조정했고, 지난달에는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BBB+’에 달았던 ‘안정적’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