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경기 화성시 배터리(전지) 생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리튬 전지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공장에 있던 리튬전지 3만5000개가 모두 폭발하고 스스로 다 타서 꺼진 뒤에야 본격적인 진화 작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리튬전지는 휴대전화, 노트북PC부터 전기차, 군용 장비까지 광범위하게 일상처럼 사용되는 배터리다. 이번 화재의 충격이 더 크게 다가오는 이유다. 리튬전지는 어떤 특성 때문에 화재에 취약한지, 배터리 업계는 어떤 방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에너지 밀도 높지만 태생부터 화재 취약한 리튬 전지
리튬전지는 태생적으로 화재·폭발에 취약하다. 리튬전지는 원자번호 3번으로 금속성 물질 중 가장 가벼운 리튬의 화학 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리튬 등 금속 물질과 흑연을 사용한 양극·음극과 전자의 이동 통로인 전해액, 합성수지로 만든 분리막이 기본 구조다. 양극과 음극 사이를 전자가 이동하며 전기가 생성되는데, 이동 통로가 되는 전해액에 휘발성 용매가 사용돼 화재나 폭발에 취약하다. 개선되고 있지만, 초기 일차전지의 전해액은 휘발유보다 더 잘 타는 유기성 물질이었다.
이런 위험을 상쇄하는 높은 에너지 밀도, 낮은 에너지 손실률 덕분에 리튬전지의 일종인 리튬 이온 전지가 1990년대 초 상업화돼 대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충·방전이 가능한 이차전지로 휴대전화·전기차 등에 탑재가 늘면서 수요가 대폭 늘고 있다.
◇리튬 일차전지는 화재 확산에 취약
리튬전지는 외부에서 고온 또는 강한 충격·압력이 가해지는 경우 발화의 원인이 된다. 휴대전화 배터리가 과열로 폭발하거나, 비행기 의자 사이에 끼인 보조 배터리에 불이 나는 이유다. 먼저 내부에서 분리막이 깨지면 양극과 음극이 직접 접촉하면서 충전된 에너지가 급격히 방출되고, 전해액이 열분해되면서 인화성 가스가 발생한다. 이 가스가 팽창하면 전해액과 함께 배터리 밖으로 누출돼 불이 붙는다.
충전 없이 한 번 사용 후 방전되는 ‘일차전지’는 화재 확산에 더 취약하다. ‘리튬메탈’을 음극으로 사용하는데, 물(수분)과 접촉할 경우 폭발에 가까운 반응이 발생한다. 완충(完充) 상태로 제품을 제작하기 때문에 화재 때 피해가 더 크다. 이번 화재가 난 아리셀은 리튬 일차전지 중 리튬염화티오닐(LiSOCL2) 전지를 생산하는데, 이는 물과 반응하면 염화수소·이산화황 같은 독성 물질이 발생하고, 고온에선 염소까지 만들어 위험이 더 커진다.
◇화재 위험 줄인 배터리 개발에 사활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배터리 화재를 막기 위해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분리막을 더욱 촘촘히 쌓아 손상 위험을 줄이는 ‘Z스태킹 공법’을 도입하는 한편, 분리막을 세라믹으로 코팅해 강도를 강화해서 손상을 방지하고, 신소재인 탄소나노튜브를 활용해 양극재·음극재의 부피 팽창도 막는다.
현재 배터리 업계가 연구·개발 중인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는 화재 위험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분리막 없이 전해액을 고체로 바꾼 배터리다. 외부 충격이 가해지더라도 양극과 음극 사이를 고체 상태의 전해질이 차단하고 있기 때문에, 양극과 음극이 직접 맞닿을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
☞일차전지·이차전지
일차전지는 1회 사용만 가능한, 이차전지는 충전·방전을 반복해 여러번 쓸 수 있는 배터리다. 리튬전지의 일·이차전지 구조는 거의 같다. 4가지 요소인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액으로 구성된다. 일차전지는 음극에서 양극으로 전자가 한 차례 이동하며 전기를 발생한 뒤 수명을 다하고, 이차전지는 충전기가 작동해 양극에서 음극으로 전자가 이동하며 다시 충전돼 재사용이 가능하다.
☞금속화재
리튬 등 금속이 외부 압력이나 고온 등 이유로 화학 반응해 발생하는 화재. 전기 화재, 기름 화재 등과 달리 불 끄기가 어렵고, 물을 뿌리면 발화·발열의 위험이 커진다. 전자기기 사용 확산에 따라 함께 증가하고 있다. 모래나 특정 소화 약제를 사용해야 불을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