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지난 2월 5일 서울 중구 부영빌딩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다둥이 가족에게 출산장려금을 증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영그룹 인사팀 소속 10명은 최근 2주째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경력·신입 사원 공개 채용을 시작했는데, 지원자가 예상보다 너무 많이 몰렸기 때문이다. 특히 경력직 공채에 20~30대 지원자가 수백명이 몰린 것에 회사 전체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지난 16일 원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2030세대 경력직 지원자는 직전 공채였던 2017년보다 3배가량 늘었다. 부영 관계자는 “기술직을 많이 뽑기 때문에 이전까지 경력 사원 지원자는 대다수가 40대 아니면 50대였다”며 “출산장려금 지급이 20~30대 사이에서 화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부영그룹 공채에 결혼과 출산을 준비하는 20~30대 젊은 구직자가 대거 몰렸다. 업계에서는 ‘출산장려금 1억원의 힘’이란 평가가 나온다. 아이를 낳기만 하면 조건 없이 1억원을 받는 출산 지원 정책이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고, 공채 지원자 증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1억원을 받고서 바로 사표를 내고 퇴사해도 출산 장려금을 반납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회사 안팎에서 화제가 됐다. 부영이라는 기업을 전혀 모르거나 생소하게 느끼던 MZ세대 사이에서 “부영에 취업하면 좋겠는데”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실제로 이번 공채 때 신입과 경력을 합친 전체 지원자 수는 이전보다 5배 정도 증가했다.

임대주택 공급을 주사업으로 하는 부영은 재계 순위는 26위, 주계열사인 부영주택은 시공능력평가 90위권 정도다. 탄탄하지만 젊은 취업 준비생 사이에서 그다지 주목받는 회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출산장려금 1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직원 복지 정책을 내놓으면서 부영에 대한 평가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최근 공사비 상승과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경색 등 건설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부영이 7년 만에 공채를 통해 인력을 보강하는 것도 주목받는 부분이다.

부영은 현재 1차 서류 전형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2차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7월 중 선발을 마무리하고, 곧바로 채용할 방침이다. 부영 관계자는 “조직에서 ‘허리’ 역할을 할 젊은 경력직이 많아지면 회사 분위기도 한층 밝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