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사이먼 부산 프리미엄 아울렛 신규 확장 공간에 들어서는 센트럴 플라자, 테라스형 전망대, 특화 놀이 공간 /신세계사이먼

신세계사이먼이 운영하는 부산 프리미엄 아울렛은 대규모 공사가 진행 중이다. 2013년 문을 연 뒤 11년 만에 전면 새단장을 위한 공사다. 기존보다 54% 확장한 1만5600평(5만1480㎡) 규모로 만들어 오는 9월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부산 프리미엄 아울렛은 기존 300평 정도였던 녹지, 휴게공간을 1700여 평으로 조성하고 있다. 전체 공간이 54% 늘었는데, 물건을 팔지 않는 녹지시설과 휴게공간을 5배 이상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커머스의 전방위 공습에 맞서 생존 전략을 다시 짜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 기업들이 매장을 확장하던 과거와 결별하고 있다. 매장이 있던 자리를 놀거리, 볼거리로 채우거나 아니면 텅 비워놓는다. 소비자들이 편하게 뛰놀고 걸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유통업계에서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김현국

◇매출은 매장 면적과 비례? 그건 옛날 얘기

오프라인 유통기업의 고민은 예전만큼 많은 고객이 방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물을 보고, 입어본 뒤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초저가 미끼상품을 내걸어도, 미끼상품만 팔릴 뿐 다른 상품의 연쇄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건 정말 어려운 난제”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유통기업은 소비자의 ‘시간’을 얻기 위해 ‘공간’을 바꾸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새단장하는 부산 프리미엄 아울렛의 휴게공간과 녹지공간은 축구장 1개 크기에 달한다. 신세계사이먼 관계자는 “쇼핑 공간이 아닌 유휴 공간에 두 배 이상 힘을 준 것”이라며 “고객들이 쇼핑과 함께 휴식, 체험을 모두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을 꾸미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동부산점은 하반기 중에 1400평 가까운 야외공간을 휴식·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더현대 서울은 지난 3월 유아동복·용품 매장 10여 개가 있던 자리에 고객이 휴식하거나 미술 전시, 개봉작 등을 소개하는 공간(에픽서울)을 만들었다. 더현대 서울 전체 영업 면적 중 매장이 차지하는 공간은 51%에 불과하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매출보다는 이색적 가치와 경험, 힐링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새단장 투자, 수익 개선으로 이어질까

유통가에선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공간 리모델링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지난 4월 스타필드 고양 점포를 2배 확장하면서 매대 간격은 1.5배 넓혔다. 물건을 더 채우는 대신 고객들이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유모차가 교행(交行)할 수 있을 정도로 이동 편의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작년 9월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을 새단장했는데, 속옷, 침구 등을 팔던 3층 매장에 빔 프로젝터, 무선 마이크 시스템 갖춘 공간을 마련했다. 이곳에선 와인과 양주에 대한 강의나 시음회가 열린다. 이마트는 지난해 7월 새단장한 더타운몰 킨텍스점에 골프아카데미, 필라테스, 만화 카페 등을 유치하고, 1500여 권의 책이 진열된 휴식공간도 만들었다. 올해는 광주, 용산, 죽전, 문현 등 4개 매장을 새단장한다는 계획이다.

유통업계에선 공간 재단장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공간을 새로 꾸미는 데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매출과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뛰어놀고, 보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데까지는 성공하는데, 거기서 그치고 상품 구매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체험형 공간을 만드는 데서 나아가 정교한 설계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오프라인 쇼핑의 종말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매장 재구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자주 찾고, 오랜 시간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체험형 공간에서 매장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디자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