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열린 한-모잠비크 부유식 해양 LNG 액화 플랜트(FLNG)선출항 명명식. /연합뉴스

한때 국내 조선업계를 적자의 늪에 빠뜨렸던 애물단지 해양플랜트가 LNG(액화천연가스) 수요 증가에 따라 다시 ‘효자’로 떠오르고 있다. AI(인공지능)·전기차 혁명에 따른 구전난(求電難)이 심화되는 가운데, 탄소 배출이 적은 ‘천연가스’가 각광 받자 이를 생산하는 설비 수요도 증가하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캐나다에서 2조원 규모에 달하는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1기를 사실상 수주했다. 캐나다 석유·천연가스 업체 펨비나 파이프라인은 지난 25일(현지 시각) 5조원 이상 규모의 ‘시더 LNG 프로젝트’에 대해 최종 투자 결정을 발표하면서, 삼성중공업을 설비 제작 기업으로 명시했다. 향후 수주 규모는 약 2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해양플랜트 중 하나인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시추한 뒤 육지로 옮길 필요 없이 해상 설비에서 LNG로 만들어 저장·하역까지 할 수 있는 복합 설비다. 해상 파이프를 설치하지 않고, 이동도 가능해 환경 보호와 비용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다. 1기당 가격은 15억~30억달러(약 2조~4조원)에 달해, 1기를 수주하면 LNG 운반선을 6~12척 수주하는 효과를 낸다.

해양플랜트는 한때 국내 조선사의 천문학적 부실을 유발했다. 2010년대 초 조선 3사가 경쟁적으로 석유를 시추하는 해양플랜트를 저가에 수주했지만,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던 유가가 20달러대까지 떨어지면서 독이 됐다. 발주처가 해양플랜트 인도를 거부하거나 파산하면서 3사 모두 조(兆) 단위 손실을 입었다.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해양플랜트 사업은 최근 LNG 수요 증가로 10여년 만에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세계 각국은 전기 수요가 급격히 늘자 LNG 사용량을 늘리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셸은 2040년까지 세계 LNG 수요가 작년 대비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세계 FLNG 시장 규모도 2021년 약 20조3500억원 규모에서 2031년엔 193조원(약 30기)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도 올라 FLNG 영업이익률은 10% 수준으로 알려졌다. 과거 문제로 지적됐던 설계 기술도 고도화됐다는 평가다.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세계에서 발주된 FLNG 8기 중 5기를 수주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