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 /뉴스1

배터리 제조사 SK온이 1일 비상 경영을 선언했다. 흑자 전환 때까지 모든 임원의 연봉을 동결하고,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C레벨(임원급)의 거취도 이사회에 위임했다. 조 단위 적자가 쌓이고 있는데도,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탈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SK온은 1일 임원회의를 열고 “최근 전기차 시장 둔화 등 대내외 환경에 대응해 모든 영역을 과감하게 바꾸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28~29일 SK그룹의 최고경영진이 모여 고강도 쇄신을 논의한 ‘경영전략회의’ 후, 가장 먼저 나온 SK 계열사의 비상 대책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온은 2021년 출범 이후 지난 1분기까지 10분기 연속 적자를 내 누적 적자가 2조5876억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해마다 조 단위 투자가 필요해 그룹 전체가 ‘SK온’ 살리기에 나선 상황이다. 작년 영업이익 약 1조원을 기록한 ‘알짜’ 계열사 SK E&S를 SK이노베이션과 합병해 SK온을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

SK온은 먼저 현재 5명인 C레벨을 3명으로 줄였다. 최고관리책임자(CAO)와 최고사업책임자(CCO) 자리는 폐지했다. CEO를 포함해 남은 C레벨 3명의 거취는 이사회에 위임했다. 성과가 나쁘면 언제든 이사회가 해임할 수 있다. C레벨이 아닌 임원도 성과가 미흡하면 수시 교체하기로 했다. 현재 임원들이 실천 중인 출장 시 이코노미석 탑승, 오전 7시 출근은 계속하고, 올해 연봉은 동결한다. 또 올해 분기 흑자 전환에 실패하면 내년 연봉도 동결하기로 했다.

직원들의 재택근무 제도도 사실상 폐지했다. 다만, 연구·개발(R&D) 투자는 최대한 지원하기로 했다. 이석희 SK온 사장은 이날 임직원들에게 “구성원 모두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각오로 힘을 모으자”면서 “’자강불식(自强不息∙스스로 힘쓰고 쉬지 않음)’의 정신으로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SK온뿐만 아니라 캐즘 한파를 버텨야 하는 다른 배터리 기업들도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투자 자금 조달을 위해 최근 외화채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를 발행했고, 미 애리조나주 ESS(에너지저장장치) 공장 건설을 일시 중단했다. 삼성SDI는 미국 합작법인에서 IRA(인플레감축법) 보조금을 연내에 조기 수령하기 위해 미국 공장 준공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