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제조사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첫 대규모 수주에 성공했다. LFP배터리는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는 주력 제품군이었는데, 한국 배터리 기업도 기술력이 향상돼 본격 경쟁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국내 배터리 업체 중 차량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르노의 전기차 부문 ‘암페어(Ampere)’와 전기차용 파우치 LFP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공급기간은 2025년 말부터 2030년까지 총 5년, 약 39GWh(기가와트시) 규모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전기차 약 59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LG엔솔의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해, 르노의 차세대 전기차 모델에 탑재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르노가 1일 프랑스 파리 르노 본사에서 전기차용 LFP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르노 CTO 질 르 보르네(Gille Le Borgne) 부사장, 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개발센터장 최승돈 부사장, 르노 CPO 프랑스아 프로보(Francois Provost) 부사장, 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전지 사업부장 서원준 부사장, 르노 파워트레인·EV 엔지니어링 사업부 필립 브루네(Philippe Brunet) 전무, CSO 조셉 마리아 르카젠(Josep Maria Recasens) 전무./LG에너지솔루션

CATL, BYD 등 중국 기업의 주력 상품인 LFP배터리는 가격이 저렴하고 안정성이 높아 화재 위험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 측면에선 떨어졌다. 반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프리미엄 전기차용으로 고용량 삼원계(NCM) 배터리에 집중해왔다. 중국은 LFP배터리에서, 한국·일본 기업은 NCM배터리에서 강세를 보였다.

그런데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고, 중저가형 전기차 출시가 이어지면서 가격 요건을 맞출 수 있는 중저가형 LFP배터리에 대한 시장 수요가 더 빠르게 늘었다. 테슬라를 시작으로 폴크스바겐, 메르세데스 벤츠 등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들이 LFP 배터리 채택을 확대했다.

이에 LG엔솔, 삼성SDI, SK온 배터리 3사도 LFP배터리 개발을 확대하며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나섰는데, LG엔솔이 가장 먼저 성과를 거둔 것이다. LG엔솔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유럽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공급 계약으로 기술과 품질 경쟁력은 물론 가격 경쟁력도 입증함으로써 LG에너지솔루션만의 차별적 고객가치 역량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이번 LG엔솔이 르노에 공급하기로 한 LFP 배터리는 파우치 배터리 최초로 셀투팩(Cell To Pack, CTP) 공정 솔루션을 적용해 제품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한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셀투팩 기술은 모듈공정을 거치지 않고 배터리 팩을 조립하는 공정 기술로 최근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주목하고 있는 첨단 팩 디자인 기술이다.

기존의 배터리 구성에서 모듈 단계를 제거하고 팩에 직접 배터리 셀을 조립해 무게를 줄이고 모듈 공간만큼 더 많은 셀을 탑재해 같은 공간 내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 LFP 배터리의 단점으로 꼽히는 무거운 무게, 낮은 에너지 밀도를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LG엔솔이 개발한 파우치 CTP는 각형 CTP에 비해 무게당 에너지 밀도를 약 5% 수준으로 높게 설계할 수 있어 고객별 차량에 따라 전비를 높일 수 있는 솔루션 제공이 가능하다. 안전성도 한층 강화했다는 평가다. 검증된 열 전이 방지기술을 적용해 고객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배터리 제품을 구현했고, 전체 팩을 구성하는 부품을 줄이고 공정을 단순화하면서 제조원가도 절감해 가격 경쟁력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LG엔솔 CEO 김동명 사장은 “유럽의 가장 오래된 고객사인 르노와의 이번 계약으로 LG에너지솔루션만의 독보적인 제품 경쟁력과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또 한번 인정받았다”며 “치열한 격전지인 유럽 공략을 필두로 글로벌 LFP 배터리 수주를 본격화하고, 검증된 현지 공급능력, 독보적인 제품 포트폴리오를 통해 최고 수준의 고객가치를 지속 제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