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한 피터 터비시 ABB 공정자동화 총괄대표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탄소 중립을 위해선 풍력,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라마다 기후나 자연조건이 다 다릅니다. 어느 환경에서도 ‘탄소 중립’에 기여할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적용하는 겁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ABB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피터 터비시 ABB 공정 자동화 총괄 대표는 “유럽 나라들보다 재생에너지 발전 여건이 안 좋은 한국에서 기업들이 어떻게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탄소 중립을 위해선 재생에너지 확대, CCS(탄소 포집·저장) 기술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화도 매우 중요하다”며 “이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도 빼놓지 않고 적절하게 ‘믹스’해야 한다”고 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ABB는 전 세계 기업들에 자동화·전기화·디지털화 등을 위한 폭넓은 제품과 시스템, 통합 설루션을 제공하는 B2B 기술 기업이다. 140년 넘게 이어온 기업으로, 스위스 최대 관광 명소인 융프라우의 가파른 산악을 오르는 전기 구동 철도 기술을 최초로 내놓기도 했다. 현재 세계 177개 공장에서 전기 제어 시스템, 선박 추진기, 로봇 등 수십만 가지의 제품을 개발·생산하는데, 한 해 R&D(연구·개발)에만 13억달러를 투자한다. 지난해 매출은 320억달러(약 44조5000억원)에 달한다.

ABB는 특히 기업들의 ‘에너지 효율화’를 돕는 기술과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터비시 대표는 “가장 좋은 것은 ‘덜 쓰는 것’”이라며 “매일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기술이 보편화되면 탄소 중립이 보다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가령, 몇 달 전 대형 선박의 외부에 다는 ‘고래 꼬리’처럼 생긴 새 추진체를 개발했는데, 좁은 공간에서도 회전이 가능해 에너지 효율이 높을 뿐 아니라 전기 시스템으로 탄소 배출이 적어 기존 추진체보다 에너지 소비를 22%까지 줄였다고 한다. 그는 “산업 분야, 기업 규모에 따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 다 다르기 때문에 여러 방법을 고려하고, 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조합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에너지 효율을 위한 설비나 시스템을 도입할 여력이 안 되는 기업도 많은 상태다. 이에 대해 터비시 대표는 “에너지 효율화는 기업과 환경이 ‘윈윈(win-win)’하는 일”이라며 “에너지 효율화와 자동화에 투자한 기업들은 대부분 2~3년 안에 모든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익을 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