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이 지난 2일 무산되자, 경영계가 강력 반발에 나섰다. 3일 경영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 사용자위원 9명 전원은 4일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논의하기 위해 열리는 최저임금위 8차 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 지난 2일 7차 회의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 표결이 열렸는데, 이 과정에서 노동계 측 위원들이 위원장 의사봉을 빼앗고, 투표용지를 찢는 등 물리력을 행사하면서 파행을 겪었다. 결국 27명의 위원들이 투표에 참여했지만, 반대 15표, 찬성 11표, 무효 1표가 나와 부결됐다. 경총 관계자는 “노동계가 물리력을 행사해 공포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표결에 영향을 미쳤다”며 “이에 강력 항의하는 취지에서 다음 회의에 불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경영계는 음식점, 택시운송업, 편의점 등 취약 업종에는 다른 업종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해줄 것을 호소해 왔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으로 수년간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 때문에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임금 지불 능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취약 업종까지 최저임금을 너무 인상하면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전날 표결로 경영계의 올해 주요 요구사항이 엎어지면서 향후 최저임금 협상 과정에서 지속적인 난항이 예상된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하는 기한은 8월 5일이다. 이의 신청 등 행정 절차에 2주 이상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중순에는 합의를 마쳐야 한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회의 성립을 위한 별도의 정족수 규정은 없어 회의 개최는 가능하다. 하지만 의결을 위해서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각 3분의 1 이상의 출석이 있어야 하는 만큼 사용자위원들의 불참으로 8차 회의는 파행이 불가피해졌다. 사용자위원들의 오는 9일, 11일로 각각 예정된 9·10차 회의 참석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종별 차등 적용 관련 논의가 길어지면서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해서는 노사의 최초 요구안조차 내지 못한 상태다. 경영계는 시간당 9860원인 올해 최저임금 수준의 동결을 요구하고, 노동계는 시간당 1만원을 넘어 대폭 인상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의 요구안이 나오면 이후 수차례 회의를 거치며 양측의 견해 차를 좁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