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운임이 급등하면서 하반기 수출 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상반기 수출이 작년보다 9.1% 증가한 3348억달러(약 463조원)를 기록하며 올해 목표인 7000억달러 달성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반년 만에 3배로 뛰어오른 해상 운임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나마 운하 통행 차질, 홍해 사태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까지 ‘4대 악재’가 겹치면서 해상 운임 대란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범부처 차원에서 해상 물류 위기에 비상 대응하는 ‘3단계 긴급조치’도 사상 첫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발 대중 관세 폭탄까지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주보다 6.9%(238.72) 오른 3714.32를 기록했다. SCFI는 2022년 말부터 1000 수준을 유지해왔는데, 최근 반년 사이 3배 이상 급등하면서 ‘3단계’ 발령 기준인 3900 선을 위협하고 있다.
오랜 가뭄에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 통행이 차질을 빚고, 예멘 후티 반군의 위협에 수에즈 운하를 통하는 홍해 항로까지 막혀버린 상황에서 ‘중국발 밀어내기’가 운임 대란을 심화시킨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오는 8월부터 25%에서 100%로 높이는 것을 포함해 대중 관세 인상 계획을 밝히자 이를 피하기 위한 중국의 수출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관세 인상 대상의 미국 수입액은 연간 180억달러(약 24조8500억원)에 이른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관세 인상 여파로 중국발 물동량이 평소보다 몇 달 앞서 가파르게 늘었다”고 말했다.
중국발 운임 폭등 현상은 항공화물에서도 나타난다. 테무·쉬인 같은 중국 온라인 상거래 업체들의 북미 수출이 늘며 지난달 말 중국 남부~미국 간 현물 운송 가격은 작년보다 40% 급등했다.
◇운임 대란, 연말까지 예상
갑작스러운 운임 급등에 국내 수출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달 말 중소·중견 수출 기업 530사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운임 급등으로 애로를 겪고 있다고 답한 기업이 84%에 달했다. 지금과 같은 운임 대란이 4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 기업은 47%였고, 내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답변도 30%를 웃돌았다. 이봉걸 한국무역협회 실장은 “업종별로는 자동차 부품, 석유화학 제품, 기계·철강 등에서 타격이 큰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수출을 위한 선박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한 물류 업체 관계자는 “마치 콘서트 예약처럼 창이 열리자마자 1~2초 만에 예약이 다 끝나버린다”고 했다. 장기 계약이 많은 대기업과 달리 현물 계약 위주인 중소·중견기업의 피해가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견기업연합회 관계자는 “최근 들어선 부르는 게 값인 데다 겨우 배를 구한다고 해도 마진이 안 남는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3단계에 도달하면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추가 대응 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