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오너가 3형제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주식 공개 매수에 나선다. 공개 매수에 성공하면, 세 아들의 경영권이 강화될 뿐 아니라 오너가 전체의 지배력이 더 커져 향후 승계 작업과 경영권 방어에 유리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향후 3형제의 계열 분리를 고려하면 오너가의 지배력을 더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며 “가족 경영권을 강화하면서 3세 승계를 위한 밑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송윤혜

5일 한화에너지는 ㈜한화 보통주 600만주를 공개 매수하겠다고 공고했다. 한화에너지는 한화 3형제가 100% 소유한 개인 회사다. 공개 매수가 완료되면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 지분은 9.70%에서 17.71%로 크게 뛰고, 3형제의 지배력이 높아진다.

한화그룹 3형제는 그룹 내 역할 분담은 마무리했지만, 그룹 지배력은 취약한 상태다.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그룹의 핵심인 방산·우주항공·에너지를 맡고 있으며,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금융,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은 유통·로봇을 담당한다. 하지만 ㈜한화 지분율이 장남은 4.91%, 차남과 삼남은 각각 2.14%로 최대 주주인 김승연 회장(22.65%)에게 크게 못 미친다.

◇3형제 지배력 추가해 ‘오너가 경영권’ 강화

발전(發電) 사업을 하는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부회장이 50%,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이 각각 25%를 갖고 있다. 한화에너지가 이날부터 24일까지 총 1800억원을 들여 ㈜한화 지분 8% 확보에 성공하면 ㈜한화 지분 17.71%를 보유하게 된다. 여기에 3형제가 이미 보유한 ㈜한화 지분 9.19%를 더하면, 3형제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 지분은 총 26.9%에 달하게 된다. 여기에 김승연 회장이 보유한 22.65%까지 합치면 49.55%까지 올라가고, 다른 특수 관계인들을 합치면 51%를 넘게 된다.

이 때문에 이번 공개 매수가 성공하면 오너가 전체의 지배력이 강화되면서 안정적 승계 작업을 해나갈 기반이 만들어진다. 김승연 회장과 그 특수 관계인의 ㈜한화 지분율은 현재 43.56%다. 적지는 않지만 50%가 넘지 않는 데다, 향후 3형제의 계열 분리에 따른 지분 감소 등에 대비해 가족의 지배력을 더 공고히 할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향후 김승연 회장의 지분 승계 문제와 김동관 부회장 중심 체제 구축, 장기적으로는 3형제의 계열 분리까지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있다.

◇김승연 회장이 주도... 공개 매수 성공이 관건

이번 지배 구조 개편 시도는 최근 5년 만에 활발한 경영 활동을 벌이고 있는 김승연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최근 건강을 회복하면서 지난 3월부터 회사에 주 2~3회 출근하고 있다. 사업장 현장을 석 달간 5회 방문하고, 대전 한화 야구장을 5회 방문하는 등 적극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만 600만주를 주당 3만원에 사들이는 공개 매수가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공개 매수로 ㈜한화 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기존 주주들의 매도 신청 물량이 목표치에 미달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지분율은 원하는 17.71%까지 채우지 못할 수 있다. 실제 이날 ㈜한화 주가는 4.3%오른 2만9050원에 마감됐다.

한편, 이날 한화에너지는 100% 자회사인 한화컨버전스를 흡수합병했다고 공시했다. 회사측은 “에너지 사업 통합을 통한 효율성 제고”를 이유로 들었다. 재계에선 “공정 자동화 등 사업을 하는 한화컨버전스와 합병 시너지를 통해 배당 능력을 높여 3형제의 지분 추가 매입과 상속세 마련 등에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