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신학철 부회장, 최고재무책임자(CFO) 차동석 사장, 노국래 석유화학사업본부장 등 핵심 경영진이 지난 9일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州)를 동시에 찾았다. 제조, 판매, 기타법인 각각 1곳씩만 있어 해외 사업장 규모가 크지 않은 인도에 고위 경영진이 총출동한 건 이례적이다. 그간 출장도 중국(16개 법인), 베트남(4개 법인)에 집중됐었다.

LG화학 신학철 부회장

신 부회장이 이날 경영진과 함께 직접 인도까지 방문한 이유는 신사업 발굴, 대규모 투자 유치보다 더 시급한 현안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 부회장 등은 4년 전 인도에서 발생한 LG폴리머스(인도법인) 가스 유출 사고 피해 지역을 직접 찾아 찬드라바부 나이두 주총리와 사고 지역 주민들을 만나 지원책을 논의했다. 신 부회장은 “향후 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사고 근처 마을 5000여 가구 주민에게 12억루피(약 20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신학철(왼쪽) LG화학 부회장이 지난 9일 인도를 방문해 찬드라바부 나이두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州)총리에게 지원 확대 방안을 설명하고 악수를 나누는 모습./LG화학

2020년 5월 LG폴리머스 공장 저장 탱크에서 독성을 띤 스티렌 가스가 유출돼 근처 주민 12명이 사망하고, 주민 수천 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 당시 LG화학은 유가족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200여 명의 전담 조직을 꾸려 식량·위생용품·식수차를 지원하고 복구 활동을 했다.

또 인도 당국 명령에 따라 현재까지 총 200억원 이상 공탁금을 납부했는데, 사고 책임과 보상 절차 관련 재판이 4년째 지속되면서 공탁금이 피해 주민들에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 재판이 지연되는 가운데 최근 마을 주민이 이상기후와 경제난으로 어려움이 가중됐다는 소식이 들리자, 신 부회장이 재판 결과와 상관없는 우선 지원을 결정했다.

지원금은 주정부와 협의해 일부는 가구마다 생활 지원금으로 전달하고, 일부는 주민 건강검진, 주민 회복을 지원하는 재단 설립 등에 쓰기로 했다. LG폴리머스 기존 공장은 폐쇄됐지만, 4년째 직원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약 780㎞ 떨어진 스리시티에 짓는 신규 공장에도 우선 채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