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뉴스1

삼성이 ‘제2의 모더나’로 성장할 바이오 혁신 기업 발굴을 위해 미국 벤처캐피털(VC)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에 720억원을 투자한다.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은 ‘글로벌 3대 벤처캐피털’로, 코로나 백신 개발사 모더나를 탄생시킨 곳이다.

삼성물산과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 그리고 삼성벤처투자 등 4사는 720억원 규모의 ‘라이프 사이언스 2호 펀드’를 조성해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 8호 펀드에 출자한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8호 펀드는 총 26억달러(3조6000억원) 규모로, 신약 개발에 투자를 집중할 예정이다. 삼성은 기술 기업들의 정보를 우선 제공받고, 잠재력 있는 기업에 추가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의약품 위탁 생산(삼성바이오로직스)과 복제약 사업(삼성바이오에피스)뿐 아니라 신약 개발 분야에서 ‘퀀텀 점프’를 하기 위해 기술 기업을 찾아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은 누적 운용 자산이 19조원 규모로, 바이오 투자에 특화돼 있다. 단순 투자만 하는 게 아니라, 내부에 연구 조직을 두고 바이오 기술 기업을 직접 설립·육성하는 ‘창업형 벤처캐피털사’다. 현재까지 모더나를 포함해 100개 이상 업체를 창업했고, 이 중 30여 사를 상장시켰다.

이 회사 창업자인 누바르 아페얀 CEO는 생화학 박사로 모더나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에 투자하려는 곳은 넘치지만, 아무 투자자나 참여시키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라는 글로벌 브랜드와 이재용 회장의 네트워크 덕분에 투자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21년 미국 출장 때 빅파마(대형 제약사)들을 돌면서 아페얀 CEO를 만나 면담했고, 지난해엔 대통령 방미 사절단으로 워싱턴DC에 가서 그와 재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