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같은 제조업 강국은 어디에도 없고, 다양한 분야에서 제조업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나라도 없습니다. 업종 간 ‘데이터 크로스보더(경계를 뛰어넘는 것)’를 통해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면, 제조업 분야에서 AI(인공지능)를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될 수 있습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19일 오전 대한상의가 제주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제주포럼에서 열린 ‘AI 시대, 우리 기업의 도전과 미래 비전’ 토크쇼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대한상의 행사로 열린 토크쇼였지만, 최근 AI에 대한 국민의 큰 관심을 고려해 대한상의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했다. 이날 토크쇼는 최 회장과 네이버 최수연 대표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카이스트(KAIST) 김재철AI대학원 원장을 맡고 있는 정송 석좌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AI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엔비디아 관련 질문도 나왔다. 최 회장은 이날 ‘엔비디아의 아성(牙城)이 무너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예측하기가 어렵다”라면서도 “2~3년간은 엔비디아를 무너뜨리긴 힘들 거라고 본다. 여러 요인이 있다”라고 답했다.
다만, 최 회장은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을 때는 엔비디아의 추격자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 회장은 “지금 AI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느냐는 모델이 명확하지 않다. AI를 가지고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돈을 벌 수 있겠지’라는 가정이 깔려 있다”라며 “2~3년간 돈을 들여서 거대언어 모델(LLM)을 만들었는데, 돈을 벌 만큼 성장을 이뤘느냐고 하면, 기업들이 지불하든 개인이 지불하든 그런 지불 애플리케이션이 함께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것이 잘 안 된다고 하면 엔비디아의 세상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생태계가 필요해지고 엔비디아가 쌓아 올린 장점이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SK와 같은 반도체, 에너지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네이버의 성공 등 ‘AI 골드러시’가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AI라는 금을 깨기 위해 골드러시 도전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청바지, 곡괭이를 파는 기업이 돈을 벌었고 그게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 등의 기업”이라며 “금이 안 나오면 곡괭이를 팔지 못하고 골드러시는 사라질 수 있다. 결국, 네이버 같은 기업이 AI에 성공하고 돈을 벌어야 우리 같은 장비를 만드는 기업이 성공하는 데 그게 SK의 전략”이라고 했다.
네이버 최수연 대표도 대담에서 “한국은 우수한 AI 산업 생태계와 독자적인 디지털 플랫폼을 보유한 국가로 글로벌에서 AI 선도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며 “특히 네이버는 한국의 AI 기술 개발을 이끌고 있는 주요 기업으로, 국내 민간 기업 최초의 슈퍼컴퓨터 도입부터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각 세종’ 구축, 전 세계 AI 연구자들에게 활발히 인용되는 혁신적인 학술 연구 등 이제 시작 단계에 있는 AI 기술의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대담을 앞두고 대한상의 소통플랫폼(소플)을 통해 접수된 질문만 1700개가 넘었다. ‘AI가 바꾸는 일터의 모습이 궁금하다’ ‘빅테크와 파트너십 성과는 어떻게 돼가는지’ 등 질문이 나왔다.
최태원 회장은 “AI는 지금이 시작”이라며 “AI산업은 ‘작다, 크다’로 이야기할 게 아니라 오히려 ‘빠르냐, 느리냐’의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각 기업 또는 분야에 업무에 능통한 인력을 AI 인력으로 재교육할 것을 추천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단순히 외부에서 AI전문가를 영입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며 “이들에게 해당 산업을 가르치는 게 더 어렵기 때문에 현재 일하고 있는 직원 중에 AI에 관심 있는 사람을 뽑아서 키우는 게 낫다”고도 했다.
최 대표는 비(非)영어권 지역에서 자체 AI 모델을 구축하려는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이 AI 기술 리더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했다. 최 대표는 “네이버는 자국어 중심 모델을 개발했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계 여러 나라들이 소버린 AI를 확보할 수 있게 지원하고자 한다” “AI 인프라, 데이터,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통된 목표를 가진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 글로벌 소버린 AI 생태계를 함께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