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현지 시각) 오후 6시 미국 LA(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에 있는 크립토닷컴 아레나는 2만여 명의 ‘K팝’ 팬으로 가득 찼다. 원래 크립토닷컴 아레나는 NBA(미 프로 농구) LA 레이커스의 홈구장이자 세계적 권위의 ‘그래미상’ 시상식을 개최하는 미국 스포츠와 대중문화의 상징 같은 장소지만, 이날부터 사흘 동안 열린 한류 축제 ‘케이콘(KCON) LA 2024′와 함께 K팝 축제의 장으로 변신했다. 이곳에서 만난 숀탈 애플턴(48)씨는 딸 헬렌(21)과 함께 4시간 넘게 시카고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고 했다. 애플턴씨는 “딸이 고등학생 때 K팝에 푹 빠졌는데, 어느새 나까지 K팝 팬이 됐다”며 “이번에 모녀끼리 K팝을 즐기러 여행을 온 것”이라고 했다.
잠시 뒤인 이날 오후 6시30분 케이콘의 하이라이트인 콘서트(엠 카운트다운)가 시작되자, 관중석을 가득 채운 K팝 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인기 보이그룹 ‘제로베이스원’이 무대에 오르자, 분위기가 절정을 향했다. 곳곳에서 야광봉이 빛을 뿜어냈고, “사랑해”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 가수 비비가 무대에 올라 영어라고는 한 글자도 없는 히트곡 ‘밤양갱’을 부를 땐, ‘여기가 서울 KSPO돔(올림픽체조경기장)인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떼창’이 펼쳐졌다. 미국 유타주 로건에서 비행기를 타고 1시간 30분이 걸려 이곳에 왔다는 키에라 소로카(23)씨는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비비의 노래를 접하고 팬이 됐다”고 말했다.
CJ ENM이 주최하는 케이콘은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Irvine)에서 시작돼 12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미국, 일본, 아랍에미리트, 프랑스, 사우디아라비아 등 13개 지역에서 개최됐다. 누적 관객만 183만여 명에 달한다. CJ ENM 관계자는 “케이콘 LA 2024 첫날 4만명이 찾았다”며 “사흘간 10만명이 훌쩍 넘는 관객이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녁에 열리는 콘서트뿐 아니라 오전 9시부터 크립토닷컴 아레나에 인접한 LA 컨벤션 센터와 길버트 린지 플라자는 한국 문화, 이른바 ‘K컬처’에 흠뻑 빠진 이들로 가득했다. 길버트 린지 플라자에선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K팝에 맞춰 MZ세대들이 그동안 갈고닦은 춤 실력을 뽐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함께 춤을 추고 노래가 끝나면 손바닥을 마주치고 얼싸안았다.
LA 컨벤션 센터 곳곳에선 인기 아이돌이 팬들에게 추억을 선사하려 팬미팅과 미니 콘서트 등을 잇따라 열었다. 삼성전자, CJ올리브영, 팔도, 롯데칠성음료 등도 부스를 차리고 긴 줄이 늘어선 K컬처 팬들을 맞이했다. K컬처 팬들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둘러보고, 팔도 비빔면을 선물로 받고, 롯데 밀키스를 시음하고, 올리브영에서 한국 화장품을 체험했다. 이전 케이콘에선 브랜드를 알리는 데 주력했던 올리브영은 이번에 70여 국내 중소 뷰티 브랜드 제품 210개를 진열했다. 홍기은 올리브영 글로벌커머스 상무는 “올리브영 글로벌 매출의 70%가 미국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서울시 산하 서울관광재단 부스에선 방문객들이 광화문과 BTS 멤버 뷔가 배경인 포토월에서 사진을 찍었다. 케이콘 기간 LA 곳곳에선 삼성전자, 올리브영, 팔도 비빔면 등이 새겨진 ‘선물 가방’을 든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번이 두 번째 케이콘 방문이라는 헬렌 로페즈(26)씨는 “K팝 팬이 됐다가 자연스럽게 K뷰티(화장품), 푸드(먹거리)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CJ ENM 신형관 음악콘텐츠사업본부장은 “케이콘의 출발지이자 글로벌 음악 시장 1위인 미국에서 K팝과 한국 문화를 사랑해주는 많은 이의 열정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며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들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