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합병’을 골자로 한 두산그룹의 사업 구조 개편안이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혀 난항이 예고되자, 두산 주요 계열사 3사의 대표들이 4일 주주서한을 내며 설득에 나섰다. 두 회사의 합병 비율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금감원까지 경고 사인을 보내자 뒤늦게 주주 소통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3사의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아래로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 다음 달 말 예정된 주총 때까지 주가가 크게 반등하지 않을 경우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사 대표 주주서한 내고 설득 나서
두산그룹은 지난달 11일 ‘클린에너지·스마트머신·첨단소재’ 등 3대 사업을 축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한다고 밝혔다. 원전·발전 설비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 산하의 건설 장비 회사 두산밥캣을 분할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시키는 내용이다. 그러자 연간 1조원대 영업이익을 내는 두산밥캣을 잃게 되는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과 적자 기업인 두산로보틱스와의 합병 비율(두산밥캣 1주당 두산로보틱스 0.63주)을 알게 된 두산밥캣 주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여기에 금감원이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합병 관련 증권 신고서에 정정 요구를 하면서 경고 사인을 보내고, 국회에선 ‘두산밥캣 방지법’까지 발의되자 두산 3사 대표들이 나서 향후 비전을 설명한 것이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이날 “사업 개편을 통해 확보되는 1조원 상당의 자금을 원전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구조 개편이 성공하면 두산밥캣의 차입금 7000억원이 사라져 대출 여력이 생기고, 비영업용 자산을 ㈜두산에 매각해 현금 5000억원이 생긴다는 것이다. 두산밥캣에서 나오는 연 700억원대 배당 수익이 사라지는데 대해선 “배당은 매년 변동하고, 필요한 재원에도 한참 부족하다”며 “1조원을 미래 성장 동력에 투자하면 훨씬 높은 수익을 얻을 것”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그러면서 “(지난달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체코 원전에 이어 폴란드·UAE·사우디·영국 등 신규 원전 수주가 기대돼 향후 5년 간 체코(최소 2기)를 포함해 총 10기 내외의 수주를 기대한다”는 목표를 공개하면서 적기 증설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스캇 박 두산밥캣 대표는 “건설 장비 무인화·로봇화를 위해 두산로보틱스와 통합이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면서 글로벌 1위 건설 장비 업체 캐터필러의 마블로봇 인수(2020년) 사례를 언급했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두산밥캣과 통합하면 5년 내 매출 1조원 이상으로 클 것”이라고 했다.
◇관건은 주주 신뢰 회복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이 30%, 소액 주주가 63.4%를 갖고 있어 소액주주 의견이 절대적이다. 또 주가(1만7690원)가 회사가 설정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2만890원) 이하로 떨어진 상태여서, 반등하지 못하면 대규모 주식 매수 청구가 발생할 수 있고, 이 규모가 두산에너빌리티가 준비한 6000억원을 넘어서면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두산밥캣 주주들의 반발도 넘어야 한다. 두산밥캣은 두산에너빌리티가 46%, 나머지는 외국인(39%)·국민연금(7%) 등 일반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다. 두산밥캣 주주들은 1주당 두산로보틱스 0.63주를 받게 되자 “로봇 테마주인 두산로보틱스 주가가 고공 행진하는 상황에서 우량주에 투자한 주주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았다”며 분노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국내 협동로봇 1위로 미래 가치가 높지만, 지난해 매출 530억원에 192억원의 적자를 냈다. 두산밥캣의 외국인 기관투자자 테톤캐피탈의 션 브라운 이사는 한 행사에서 ‘날강도 짓’이라며 “공시를 보고 너무 실망해서 홧김에 지분을 대부분 장내 매도했다”고 했다. 두산밥캣은 주식매수청구권에 대응해 현금 1조5000억원을 준비했지만, 표 대결에서 질 가능성도 있다. 주총 참석자의 3분의 2 찬성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두산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최근 한 달간의 평균 주가 등을 계산해 합병 비율을 산정했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주주들의 마음을 되돌려야 합병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