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9일 서울 시내 한 건물 지하주차장 전기차 충전소에 게시된 충전 주의사항 안내문. /뉴스1

전기차 시대로 가는 길목에 ‘배터리 안전 문제’가 급부상하자, 배터리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번 사고가 나면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인 것은 물론, 시장 전체가 망가질 수 있어 위기감이 커지는 것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배터리 화재 예방 기술을 고도화하고, 화재 위험이 낮은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전기차 화재는 주차 중, 충전 중, 주행 중 등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다. 배터리에서 불이 나는 원인은 대부분 외부 충격이나 급속 충전 반복 등으로 배터리 구조 안정성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업계는 배터리 셀 내부 안정성을 공고히 하면서 ‘열 폭주’를 막기 위한 냉각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래픽=김하경

리튬이온 배터리는 불이 나기 쉬운 화학물질로 만들어진다.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가며 충·방전을 하는데, 리튬이 오가는 통로가 되는 전해질이 휘발성 액체다. 양극과 음극이 만나 단락(합선)이 발생하면 전해액이 연료가 돼 불이 커지는 구조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양극과 음극이 만나지 않도록 분리막에 세라믹 코팅을 하고, 최근엔 추가로 양극에 절연 코팅을 하고 있다.

배터리는 손가락만 한 작은 셀 하나에 문제가 생기면 열이 다른 셀로 빠르게 번져 피해가 커진다. 이 때문에 배터리 업계는 열 확산(TP·Thermal Propagation)을 막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 캔 위에 뚜껑을 달아 고온 가스가 발생하면 배출(venting)되는 시스템을 탑재했다. 높은 전류가 흐르면 회로를 끊어버리는 ‘두꺼비집’도 넣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하반기 양산하는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46시리즈’에 배터리 열을 셀 단위부터 배출하는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 기술이 적용되면 연쇄 발화를 방지할 수 있다. SK온은 배터리 셀 사이사이에 공간을 확보하고 방호재를 삽입해 열 확산을 막는 ‘S-팩’ 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배터리를 감싸는 소재도 발전하고 있다. LG화학·LX하우시스는 섭씨 1500도 불길에도 20분 동안 열 전이를 막아주는 난연 소재를 지난해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여전히 한계는 있다. 빠른 속도로 충돌하거나, 차량 하부에 강한 충격을 받았을 때 화재를 온전히 막기 어렵다. 이 때문에 업계는 전해질을 휘발성 액체가 아닌 안정된 고체로 바꾼 ‘전고체 배터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삼성SDI는 2027년,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