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을 쌍끌이하는 반도체와 자동차가 올 2분기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겨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와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반도체·자동차 수출의 비중 확대를 이끌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2분기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1위 품목인 반도체와 2위인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0.3%, 11.4%로 나타났다. 두 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합산 비중은 31.7%로,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반도체+자동차’ 수출 비중은 지난해 4분기 28.7%, 올 1분기 29.7%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 2분기에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지난해 부진했던 반도체가 작년 말부터 시황이 개선되며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섰고, 지난해 역대 최대 수출을 기록한 자동차 또한 올 들어서도 호조를 이어가면서 두 품목의 비중이 급증했다.
지난해 1분기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3.6%까지 떨어졌던 반도체는 올 1분기 19%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 20%를 회복하며 살아나고 있다. 2분기 기록한 20.3%는 2018년 3분기(22.3%), 2020년 2분기(21.3%) 등에 이어 역대 분기 기준 7위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반도체 수출이 연간 1267억달러(약 174조원)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웃돌았던 2018년과 코로나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던 2020년, 2021년에 이은 수치다.
연간으로 따지면 반도체는 2018년 처음으로 20.9%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20%를 웃돌았다. 이후 10%대 후반을 이어가다 지난해에는 15.6%로 급락했다.
반도체와 함께 ‘수출 효자’로 꼽히는 자동차도 2분기 수출액(195억달러) 기준으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선전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11.4%)은 역대 분기 기준으로는 4위 수준이다. 자동차는 연간으로는 지난해 전체 수출 중 11.2%를 차지하며 가장 큰 비중을 기록했다. 다만 올 들어서는 수출액이 늘었음에도 반도체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며 전체 수출 중 비중은 다소 낮아졌다.
반도체 수출이 되살아난 가운데 해외 생산 기지가 늘어나며 2010년대 들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밑돌았던 자동차가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수출이 늘자 양대 품목의 쌍끌이가 강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과거 우리 수출의 한 축으로 꼽혔던 철강, 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등의 비중이 최근 들어 감소세를 나타내는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 양대 품목에 대한 수출 편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자동차에 대한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우종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수출 품목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일본과 대만 등 주요국도 각각 자동차와 반도체에 집중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라며 “장기적인 수출 품목 및 시장 다변화는 꼭 필요한 일이지만, 지금 잘하고 성장하는 분야에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지원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