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난기류 사고가 이어지면서 항공사에서 화상 위험을 내세워 ‘기내 컵라면’ 서비스 중단을 발표한 뒤 관련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LCC(저비용항공사)들은 “컵라면 판매를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대한항공은 15일부터 이코노미석에 제공하던 컵라면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힌 것과 다른 행보입니다. 항공사마다 ‘컵라면’ 정책이 이렇게 엇갈리니 소비자들 사이에선 ‘도대체 기준이 뭐냐’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프레미아·에어부산·제주항공 등 LCC들은 “컵라면 제공을 계속하는 것은 훨씬 안전하게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컵라면을 지퍼를 잠근 봉투에 넣어 옮기고, 이스타항공·에어서울은 종이 뚜껑에 스티커를 붙여 국물이 쏟아지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또 컵라면 여러 개를 한꺼번에 쟁반에 올려 운반하는 대한항공과 달리 하나씩 가져다준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앞서 대한항공의 ‘선별적 컵라면 서비스’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국제선 장거리 노선의 일반석 승객에는 라면 제공을 중단하지만, 프레스티지(비즈니스)석과 일등석에는 서비스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난기류는 돈을 적게 내고 타는 일반석에만 나타나는 거냐”는 볼멘소리가 나오자, 대한항공 측은 “일반석은 좌석 밀집도가 높고 테이블도 작아 근처 승객까지 화상 사고 위험이 크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유전(有錢) 무사고, 무전(無錢) 유사고’냐 라는 형평성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항공의 컵라면 중단이나 LCC가 컵라면을 포기하지 않는 것 모두가 결국 양측의 수익성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컵라면은 LCC 기내 유료 판매 상품 매출의 30% 내외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이 판매되는 품목입니다. 보통 개당 5000원에 판매되는데, 컵라면(작은컵)의 도매가가 500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10배 값을 받는 겁니다. 일부 운송비를 감안하더라도 LCC 입장에선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장사인 것이죠.

지난 4일 몽골 울란바토르행 대한항공 여객기가 갑작스러운 난기류를 만나 승객 10명이 부상을 입고 복도에 기내식이 쏟아져 아수라장이 된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도 LCC들은 입장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승객들에게 컵라면을 주면서 ‘긴급 상황 시 컵라면을 봉투에 넣어 지퍼를 잠글 것’을 안내한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기내식이 하늘로 날아다니는 긴급 상황에서 라면이라고 별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기후 변화로 난기류로 인한 기내 사고 위험은 과거 대비 크게 늘고 있습니다. 항공사들의 잣대 없는 컵라면 논쟁을 보면서, 난기류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