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이스라엘의 전쟁 기운이 고조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다시 격화 조짐을 보이면서 중동과 유럽에서 ‘두 개의 전쟁’ 리스크가 현실화하자 국제 에너지 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서울의 한 주유소 주유기에서 기름 한방울이 떨어지고 있다./뉴스1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쟁 기운이 고조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다시 격화 조짐을 보이면서 중동과 유럽에서 ‘두 개의 전쟁’ 리스크가 현실화하자 국제 에너지 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세계 석유 생산의 30% 이상을 책임지는 중동이 전면전의 위기로 빠져들고, 세계 2위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가 끊길 가능성이 커지자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것이다.

12일(현지 시각) 글로벌 양대 유종(油種)인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각각 전날 종가보다 3.3%, 4.2% 급등하며 거래를 마쳤다. 국내 수입 원유 가격의 기준인 두바이유도 1.54달러(2%) 올랐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후퇴하는 경제 지표들이 나오면서 다소 안정세를 보이던 유가가 이란·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전쟁을 확산할 것이란 가능성이 커지면서 치솟은 것이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은 “중동의 확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산유국 협의체인 OPEC+(오펙 플러스)의 감산에 따른 초과 수요와 결합하며 유가를 80달러대 중반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편 우크라이나군이 전쟁 발발 2년 반 만에 러시아 본토 공격을 본격화하면서 천연가스 가격도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접경 지역에서 교전이 일어나며 가스관이 손상되면 유럽으로의 천연가스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지난달 25일 MWh(메가와트시)당 32.64유로를 나타냈던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9일 40.4유로까지 치솟았고, 이날엔 한때 MWh당 42유로를 웃돌았다.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이 맞붙은 러시아 쿠르스크주 수드자는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2개의 가스관 중 하나인 우렌고이 가스관이 지나는 곳이다. 지난해에 이 가스관을 거친 천연가스 물량은 러시아의 대(對) 유럽 가스 수출의 절반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