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DB

‘도널드 트럼프’로 촉발된 ‘피크 오일(peak oil)’ 시기를 둘러싼 국제 사회의 공방이 다시 불붙고 있다. 미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차 보조금 폐지와 원유 증산 등 친(親)석유 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국제 에너지 업계에선 최근 수년간 탄소 중립 기조가 강화되며 석유의 시기가 곧 저물 것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어왔지만, 차기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이 크게 바뀔 가능성이 커지자 피크 오일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이다. 산유국들은 신흥 시장에서 산업용 수요가 늘고,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부딪힌 전기차 보급이 둔화하면서 앞으로 20년 이상 석유 수요가 우상향할 것이라고 보지만, 2050 탄소 중립을 주장해온 선진국 중심의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대로 가면 생산한 석유를 쓸 곳이 없어 ‘공급 과잉’에 시달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절충안을 내놓으며 공방에 뛰어들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IEA는 2030년까지 석유시장을 전망한 보고서에서 “전기차가 늘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원전의 확대로 전력 생산에서 석유의 역할이 줄어들면서 오는 2029년 하루 석유 소비량이 1억560만 배럴로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IEA는 지난해 10월만 해도 피크 오일 시기를 2030년으로 전망했는데, 이를 1년 정도 앞당긴 것이다.

하지만 OPEC은 “2045년까지 개발도상국에서만 석유 수요가 하루 2500만 배럴만큼 증가할 것”이라며 “중국과 인도에서만 1000만 배럴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했다. 하이탐 알 가이스 OPEC 사무총장은 “앞서 IEA가 휘발유 수요 정점을 2019년으로 전망했던 것과 달리, 2023년에 휘발유 수요가 최고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올해도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골드만삭스는 “석유 수요는 2034년 하루 1억1000만 배럴로 정점을 찍을 것”이라면서 “2035년 이후에도 수년간 비슷한 수준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전기차의 확산세가 느려질 경우, 피크 오일 시기가 2040년(1억1300만 배럴)으로 늦춰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