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요금 역시 이달 인상 전까지 15개월 동안 동결됐고, 이 기간 한국가스공사의 도시가스 미수금(민수용)은 1조5000억원 가까이 불어났다.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가스를 팔면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도 ‘가계 부담 줄이기’ 같은 정치적 구호에 막혀 천문학적인 손실을 감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픽=김성규

지난 상반기 말 기준 가스공사의 부채는 44조4800억원에 달했다. 미수금도 13조7500억원으로 석 달 전인 1분기 말(13조5500억원)보다 2000억원 정도 불었다. 도시가스를 도입 원가의 80% 수준으로 밑지고 팔면서 단 3개월 만에 거액의 미수금이 쌓인 것이다. 예를 들면, 가스공사가 3개월 동안 사들인 액화천연가스(LNG) 1조원어치를 시장에서 8000억원에 팔면서 2000억원을 손해 본 셈이다. 가스공사는 이런 손실을 회계 처리 때 나중에 받을 수 있는 ‘미수금(未收金)’으로 분류하고 있다.

앞서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며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했지만, 국내 도시가스 요금 인상률은 턱없이 미치지 못했고 이는 고스란히 가스공사의 부담이 됐다. 2020년 5월 MMBtu(열량 단위)당 2달러를 밑돌던 동북아 LNG(액화천연가스) 현물 가격(JKM)은 2022년 8월 말 70달러를 웃돌며 30배 이상 폭등했지만, 이 기간 국내에서 파는 도시가스 요금은 메가줄(MJ)당 14원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을 했다. 2020년 7000억원 수준이던 미수금 규모는 2022년 8조5800억원까지 불었다.

이후 상황도 마찬가지다. 2022년 이후 국제 LNG 가격이 약 200% 오르는 사이 국내 가스 요금은 42.3% 인상되는 데 그쳤다. 미국·영국·독일 등 각국이 글로벌 에너지 수급난에 가스 요금을 대폭 올리는 사이 우리나라만 가스 요금 인상을 억눌렀던 셈이다. 정용헌 아주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휴대전화 요금보다도 저렴한 도시가스 요금을 감면해 준다고 생색내는 건 그야말로 포퓰리즘”이라며 “요금을 현실화해 공기업 재무 부실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