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국기와 반도체 일러스트. /로이터

미국의 대외 경제 규제 실무를 담당하는 상무부 산업안보국(BIS) 관계자들이 방한해 27일 한국 재계 관계자를 만난다. 지난 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미국의 ‘첨단 산업 대중(對中) 제재’ 관련 한국 기업들의 우려를 담은 의견서를 보내자 2주일여 만에 이례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BIS 측은 최근 주한 미국 대사관을 통해 대한상공회의소에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 정책 현황과 향후 방향성을 설명하고 싶다”며 먼저 회의를 제안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먼저 미국 정부가 한국 재계에 설명회를 제안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반도체, AI 등 산업에서 미국과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는 한국 재계의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고 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한 ‘첨단 기술 분야 대(對)중국 투자 제한’ 조치의 시행 규칙을 지난 6월 발표했다. 중국·홍콩·마카오 등 우려 국가가 추진하는 첨단 반도체, 양자 정보 기술, 인공지능(AI) 시스템 사업에 미국 자본의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런데 시행 규칙에 따르면 적용 대상이 △미국인(혹은 법인)이 직간접적으로 기업의 지분 또는 이사회 투표권의 50% 이상을 보유한 경우 △미국인이 투자 운용을 하거나 경영을 하는 경우 △미국인이 펀드의 투자 자문을 하는 경우로 광범위하다. 이에 재계에선 “첨단 산업은 국내 주요 기업이 미국계 기업·펀드의 투자를 받거나 미국 현지 법인을 운영하는 사례가 많은데, 중국에서 합작 투자 계약을 체결한 기업 등까지 이러한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대한상의는 지난 4일 이런 우려를 취합해 미 재무부에 “대중 규제 관련 한국 기업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적용 대상을 ‘미국인(법인)이 지분 또는 이사회 투표권의 50% 이상을 보유하는 경우’로 한정해 달라” 등 모호한 규정을 명확히 해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한편, BIS 관계자는 오는 23일 서울에서 열리는 ‘무역안보의 날’ 행사를 계기로 방한해 산업통상자원부, 산업부 산하 전략물자관리원과도 회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