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전쟁터인 올림픽에 K브랜드가 참전했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전통의 스포츠 브랜드 강자들이 각축을 벌인 파리 올림픽에 코오롱, 휠라 등 한국 브랜드들이 뛰어들어 기술력 경쟁을 벌인 것이다.

코오롱은 세상에 없던 양궁화를 개발해 양궁 전 종목 석권에 힘을 보탰고, 휠라는 휠라코리아에서 개발한 펜싱화 등을 선수들에게 제공했다. 스포츠 브랜드들은 올림픽이 끝난 뒤 저마다 올림픽 기간 입증된 성과를 홍보하면서, 올림픽 전용 제품의 판매 인기를 즐기고 있다.

◇세상에 없던 양궁화 만든 코오롱

파리 올림픽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종목은 단연 양궁이었다. 파리 올림픽에서 전 종목 금메달을 쓸어담은 양궁 대표팀의 뒤에는 물심양면 지원에 나선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활, 의류 등의 용품도 있었다. 코오롱 역시 양궁화를 제작해 선수들에게 제공하는 등 양궁 대표팀에 힘을 보탰다.

이전까지 운동화 분류에 ‘양궁화’는 없었다. 선수들은 러닝화나 가벼운 등산화를 신고 경기를 펼쳤다. 코오롱스포츠는 1년 가까이 세상에 없는 양궁화 개발에 매달렸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양궁팀(코오롱 엑스텐보이즈)에 속한 이우석이 초기부터 양궁화 개발에 동참했다.

그래픽=백형선

정확한 조준을 위해 정교한 몸의 움직임이 필수인 양궁 선수들에게 신발은 무엇보다 접지력이 중요하다. 코오롱은 이탈리아 비브람사의 밑창을 쓰고 발바닥의 최대한 많은 면적이 지면에 닿을 수 있도록 신발의 형태를 새롭게 설계했다. 신발 앞 코를 몇 mm 낮추는 게 최선일지가 관건이었다고 한다. 코오롱 관계자는 “완성품이 나올 때까지 시제품이 다섯 번 나왔다”며 “통상 스니커즈의 경우 1~2회, 전문 등산화가 3~4회 정도 시제품을 만든다. 그만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공을 들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완성된 양궁화는 45도로 기울어진 경사면에서도 미끄러지지 않는 수준이 됐다.

방수 기능은 기본이고, 착화감을 높이기 위해 신발 윗부분은 겹쳐지는 부분 없이 한 판으로 만들었다. 코오롱 관계자는 “이번 올림픽에서 3관왕을 달성한 김우진 선수는 ‘지금까지 신었던 신발 중에 최고’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우석은 본지 인터뷰에서 “양궁화를 신고 쏘니 선수들 모두 점수가 1~2점 높아지더라”며 “몸에 안정감이 들고 잔진동이 많이 잡히는 게 느껴졌다. 그런 세세한 도움들이 다 모여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올림픽에 뛰어든 건 코오롱뿐 아니다. 휠라는 2019년부터 한국 펜싱 대표팀을 후원하고 있다. 휠라코리아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펜싱화 개발에 나섰다. 파리 올림픽에서도 펜싱 사브르 종목 단체전 3연패 주인공 중 한 명인 박상원 등이 휠라가 제작한 펜싱화를 신고 경기를 뛰었다. 휠라는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신발 안쪽에는 천연 스웨이드 소재를, 신발 바닥 면에는 조각낸 고무 소재를 적용했다. 운동 중 발이 뒤틀리는 걸 막기 위해 바닥 중간에 플라스틱 소재를 덧대기도 했다.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113년 브랜드 역사의 노하우를 발휘했다”고 말했다.

◇나이키·아이다스, 올림픽서 기술력 전쟁

한국 브랜드가 이제 막 참전을 시작한 올림픽에선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혈전이 벌어진다.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나이키 마케팅 책임자는 “파리 올림픽에서 최대의 마케팅 비용을 쓸 것”이라며 “나이키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작년에 마케팅 비용으로 25억유로(약 3조7000억원)를 쓴 아디다스는 파리 올림픽이 있는 올해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실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는 파리 올림픽에 맞춰 신기술을 적용한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았다. 미 프로농구 NBA의 전설 르브론 제임스는 남자 농구 결승전에 맞춰 자기의 이름을 딴 농구화의 금색 모델을 신고 나왔다. 나이키는 이번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이 된 브레이킹댄스용 신발도 만들었다. 아디다스는 초경량 소재를 적용한 운동화를 내놓았다. 남자 육상 100m 노아 라일스(미국)를 비롯한 선수들이 아디다스 제품을 착용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디다스는 파리 올림픽 폐막 이후 “아디다스 신발을 신은 선수들이 파리에서 승리했다”며 “아디다스 제품을 착용한 선수들이 육상 800m와 단거리 경기는 물론 마라톤에서 시상대 위에 가장 많이 섰다”고 홍보했다.

육상과 함께 장비의 중요성이 큰 종목으로 꼽히는 수영의 경우에도 신제품이 대거 쏟아졌다. 스피도는 인공위성을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사용하는 소재를 수영복에 접목했다. 아레나는 텐소엘라스틱이라는 신소재를 수영복에 적용했다.

올림픽에 대한 관심은 올림픽에 뛰어든 스포츠 브랜드로 이어지고 있다. 여자 체조의 전설 미국 시몬 바일스가 올림픽에서 7번째 금메달을 딴 지난달 31일 후원사인 나이키 홈페이지 방문객은 200만명에 달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팀 코리아(한국 대표팀)’ 단복을 만들고, 스포츠클라이밍 종목과 선수들을 후원한 노스페이스는 23일 현재 온라인몰의 주간 판매 랭킹 상위 10위 중 8개가 올림픽 관련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