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두산타워

두산그룹이 사업 구조 개편을 위해 추진 중인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의 합병에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 국민연금이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 “합병 비율 산정 시, 할증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하면서다. 국민연금이 두산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 반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협동 로봇 제조사인 두산로보틱스는 아직 적자 기업이지만, 미래 전망이 밝다는 이유로 연 1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두산밥캣보다 시가총액이 크다. 이에 두산은 두산밥캣 주식 1주당 두산로보틱스의 주식 0.63주를 교환해주기로 했다. 그러자 우량주에 투자했던 두산밥캣 일부 주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양사 간 합병 비율을 산정하는 기준은 ‘시가’이지만, 가치가 적정하게 반영되지 못했다고 판단되면 10% 범위 내(계열사간 거래시)에서 할증·할인을 할 수 있다. 만약 두산밥캣의 합병가액을 10% 할증하고 로보틱스는 10% 할인하면, 주식 교환 비율은 0.63에서 0.77로 올라간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25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효율적 시장에선 시가가 가치를 반영하겠지만 현실에선 그렇지 않다”며 “시가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할증이나 할인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그러면서도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합병 여부 적정성은 주주총회에서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8일 “두산의 증권 신고서에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 없이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했던 발언에서 한 발짝 물러선 것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이 두산의 주총까지 막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두산은 지난달 금감원의 정정 요구에 따라 이달 6일 정정을 했고, 지난 16일 자진 정정을 한번 더 했다. 두산그룹은 금감원이 한 차례 더 정정을 요구해도, 다음 달 25일 계획한 주총은 차질 없이 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총에선 표 대결이 예상된다. 밥캣과 로보틱스 합병은 참석 주주의 3분의 2, 전체 주주의 3분의 1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밥캣은 두산에너빌리티와 특수관계인이 46%, 국민연금이 6.5%, 소액 주주가 34%를 보유 중이다. 현재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이하로 떨어진 상태인 데다, 국민연금과 소액 주주 다수가 반대표를 던질 수 있어 성사 여부는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