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폭염 기간이 지나면 전기 요금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전력의 재무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더이상 전기 요금 현실화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안 장관은 26일 세종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기 요금 인상 여부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전기 요금 인상의 필요성이 크지만 시점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폭염 기간이 지나면 전기 요금을 정상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택용 전기 요금은 작년 5월 5.3% 올린 뒤 15개월째 동결 중이다. 이후 당정은 총선 등을 의식해 추가 인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로 LNG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한전은 천문학적 적자와 부채가 누적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03조원으로 2021년 말(146조원)보다 40% 급증했다. 이에 한 달 이자로만 3800억원을 내고 있다. 2021년 이후 누적 적자는 41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향후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비해 송배전망 구축 사업이 시급해 전기 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기 요금은 산업부·기재부 등 관계 부처 협의 후 한전 이사회가 인상안을 결정하면,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산업부 산하 전기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산업부 장관 고시로 확정된다.

안 장관은 전기 요금 인상으로 타격을 입게 될 취약 계층을 인식한 듯, “취약 계층을 위해서는 최근 당정이 에너지 바우처 지원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앞서 당정은 지난 16일부터 130만가구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하절기 에너지 바우처 규모를 종전보다 1만5000원 늘린 6만8000원으로 확대했다.

한편 이날 안 장관은 안정적인 전력 수급 방안에 대해서도 “폭염 기간에는 장마와 태풍 때문에 태양광 시설을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신재생발전뿐 아니라 원자력발전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