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지난 7월 22일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향후 5년간 미국 해군이 규정한 함정에 대한 MRO 사업 입찰에 공식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할 수 있는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한화오션이 건조한 수상함. /한화오션

한국 조선사가 미 해군이 발주하는 ‘함정 MRO(유지·보수)’ 사업을 처음으로 수주했다. 해외 방산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국내 조선 업계가 미국 현지 조선소 인수에 이어, 연 20조원 규모의 미 함정 MRO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는 평가다.

한화오션은 미 해군의 4만t(톤)급 군수지원함 창(廠·공장) 정비 사업을 수주했다고 29일 밝혔다. 창 정비는 노후 군사장비를 부품까지 분해해 첫 도입 때와 비슷한 성능으로 만드는 최상위 단계 정비를 뜻한다. 작은 부품 단위까지 세세히 알아야 하기 때문에 제조 업체나 신뢰가 확실한 업체만 담당할 수 있는 사업으로 꼽힌다. 사업 규모는 수백억원대로 알려졌다.

한화오션이 이번에 수주한 군수지원함은 서태평양을 관할하는 미 7함대 소속으로 알려졌다.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 해군 전력 경쟁을 벌이는 미 해군은 수리 등 이유로 정박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미국 조선 업계가 인력난 등으로 제조 여건이 약화한 가운데, 기술력이 높은 데다 우방국인 한국의 조선 업계를 ‘파트너’로 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됐다. 미 해군 장관 등 고위 관계자도 올 초 한국 조선소를 직접 살펴보고 협력 의지를 강하게 밝혔었다.

이번에 수주한 보급함은 이르면 9월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입항해 정비, 검사를 시작할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관건은 비(非)전투함 외 전투용 군함 MRO까지 따낼 수 있는지다. 올해 미 국방부의 함정 MRO 예산은 136억달러(약 19조원)인데, 미국 내 운항하는 선박은 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존스법’에 따라 해군 전투함 정비는 미 본토에서 진행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6월 인수 계약을 체결한 미국 ‘필리 조선소’ 인수를 마무리하고, 현지 MRO 사업 외 함정 신조 사업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