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왼쪽에서 셋째)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연구개발에 미래를 걸고 있는 삼성은 지난해 역대 최대 연구개발비를 집행했고, 올해 또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처음 방문한 경영 현장은 중장기 미래 기술을 선행 연구하는 삼성전자 삼성리서치였다. 초격차 기술이 그룹의 미래가 달렸다는 생각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연구진에게 “새로운 기술 확보에 우리의 생존과 미래가 달려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선제적 R&D(연구개발)에 흔들림 없이 투자하자”고 말했다.

◇연구개발비 역대 최대

삼성전자는 지난해 역대 최대치인 28조340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집행했다. 지난해 매출액의 10.9%에 달하는 금액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에도 15조8700억원을 연구 개발비로 썼다. 이 같은 아낌없는 투자 결과,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에서 특허를 6165건 출원해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퀄컴, 3위는 TSMC였다.

삼성전자의 연구개발 인력은 작년 기준 8만3729명으로 전체 임직원(26만7860명)의 32%에 달한다. 연구개발 조직은 3단계로 운영 중이다. 앞으로 1~2년 내 시장에 선보일 상품화 기술은 각 부문 산하 사업부 개발팀에서, 3~5년 내 중장기 미래 유망 기술은 삼성리서치·반도체연구소 등 각 부문 연구소에서 개발 중이다. 또 미래 성장엔진에 필요한 핵심 요소 기술은 종합연구소인 삼성종합기술원(SAIT)에서 선행 개발하고 있다. 이 밖에 미국·일본·중국·인도·이스라엘 등 해외 연구소도 운영 중이다.

◇AI 반도체 개발 박차

삼성전자는 지난 40년간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AI 반도체 생태계를 확장할 다양한 메모리 제품을 준비해 왔다. 삼성전자는 2016년 세계 최초로 고성능 컴퓨팅용 HBM(고대역폭메모리) 사업화를 시작하며, AI용 메모리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HBM2E, HBM3를 양산중이며, 9.8Gbps 속도의 HBM3E 제품을 개발해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 중이다. HBM4는 내년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는 CXL D램으로 또다른 기술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CXL(Compute Express Link)은 ‘빠르게 연결해서 연산한다’는 의미로 CPU(중앙처리장치)·GPU(그래픽처리장치)·스토리지 등 다양한 장치를 효율적으로 연결해 빠른 연산 처리를 가능하게 하는 차세대 인터페이스다. CXL 기반의 D램인 CMM-D(CXL Memory Module-DRAM)는 다양한 종류의 프로세서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해 대용량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한다. D램의 용량·성능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어 AI시대 첨단 반도체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1년 5월 업계 최초 CXL 기반 D램 제품 개발을 시작으로, 업계 최고 용량 512GB CMM-D 개발, 업계 최초 CMM-D 2.0 개발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CXL 컨소시엄을 결성한 15개 이사회 회원사 중 하나로, 메모리 업체 중 유일하게 이사회 멤버로 선정돼 CXL 기술의 고도화·표준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스마트폰·가전에 AI 적용 확대

삼성전자는 AI용 반도체를 만들 뿐 아니라, 실제 제품에 AI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선보인 갤럭시 AI 탑재한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를 통해 고객에게 동시통역 등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갤럭시 AI 생태계를 점차 확대해 갤럭시 AI를 모바일 AI의 글로벌 표준이 되게 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된 가전·TV에 고성능 AI 칩이나 카메라·센서를 탑재해 다양한 AI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선 TV·냉장고·식기세척기·세탁기·건조기·에어컨·공기청정기 등 AI 가전 판매가 올해 1~7월 150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AI TV는 화질 업스케일링, 사운드 최적화 등 기능이 탑재됐고, AI 가전은 ‘스마트싱스’ 앱으로 스마트 기기를 연결·제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