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후루 가게. /뉴시스

1일 오전 찾은 서울 양천구의 한 탕후루 가게. 지난 2022년 11월 문을 열 때만 해도 개점 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더 이상을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간판은 그대로였지만, 간판 아래에는 ‘폐업처분. 장난감, 문구 외 50~80%’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평일에는 이 가게 앞에 양말을 파는 좌판이 열린다.

고령화 시대로 진입하면서 50대 후반부터 퇴직을 하는 세대들이 저마다 창업을 통한 자영업자 대열에 속속 가세하고 있다.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은 98만6487명으로 집계됐다. ‘자영업 폐업자 100만 시대’의 주원인으로 빨라지는 유행과 프랜차이즈 과잉이 지목되고 있다. 사업 경험이 부족한 이들이 대부분 프랜차이즈에 의존한 창업에 나서지만 2~3년 단위로 바뀌는 유행에 따라 흥망성쇠가 금세 엇갈린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반짝 프랜차이즈’ 시대에 준비가 덜 된 창업자들이 종잣돈을 들고 수명이 짧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차렸다가 폐업에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본지가 공정위 가맹사업 정보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전체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80%에 달하는 외식업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2019년 4792개에서 작년 9934개로 4년 사이 2배 이상이 됐다. 2019년 651개에 달했던 한 핫도그 프랜차이즈 가게는 현재 191개로 3분의 1토막 났다. 한 탕후루 프랜차이즈 가게는 2021년 16개에 불과했지만, 작년 420개로 확 늘어난 뒤 현재 262개로 쪼그라들었다.

‘반짝 프랜차이즈’ 현상은 은퇴 세대들의 자영업 도전 앞날에 새로운 리스크가 되고 있다. 한 국밥집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프랜차이즈를 통해 일확천금을 꿈꾼 건 아니지만 그나마 문 닫을 확률이 적거나 5년 이상은 버틸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수익이 훨씬 적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영업자 관련 통계들은 더욱 비관적인 수치로 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자영업자 수는 572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만2000명 줄었다. 자영업자 감소세는 지난 2월부터 6개월째 이어졌다. 자영업자가 6개월 연속 감소한 건 코로나 사태 이후로는 처음이다.

자영업자들은 ‘대출→창업→경영 악화→빚→폐업’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신용데이터의 ‘소상공인 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자영업자들의 대출 잔액은 884조4000억원으로, 대출 연체 금액만 15조원이 넘는다. 한계에 다다른 자영업자들은 어쩔 수 없이 폐업을 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장사를 접고 실업자가 된 자영업자들은 1년 새 20% 이상 증가했다.

유통업계에서는 프랜차이즈 흥망성쇠의 속도가 이전보다 확연하게 빨라졌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세대가 소비 시장의 중심에 진입하면서 유행의 주기가 짧아졌다”며 “확 떴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브랜드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행의 속도가 빨라지고, 이에 맞춰 검증되지 않은 프랜차이즈가 계속해서 생겨나면서 사업에 서툰 초보 자영업자들이 궁지에 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만 샌드위치 프랜차이즈는 2018년 10월 처음으로 가맹점 100개를 돌파했다. 이때 매장별 월평균 매출액은 69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13개월 뒤인 2020년 1월 매장 수는 276개로 늘었지만, 매장당 월평균 매출은 1900만원대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때 이미 유행이 정점을 찍었다고 봐야 하는데, 이를 잘 모르는 자영업자들이 계속해서 창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이 프랜차이즈 브랜드 매장은 지난 6월 130여 개로 줄었고, 월평균 매출액도 1300만원대까지 내려왔다.

예비 자영업자들 입장에선 프랜차이즈 선택에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가맹점이 많은 프랜차이즈를 선택하자니 이미 유행이 정점을 찍은 게 아닐까 우려가 되고, 가맹점이 적은 프랜차이즈는 실적이 입증이 안 되기 때문이다. 외식업종 프랜차이즈 브랜드 가운데 가맹점이 100개 이상인 곳의 비율은 3.1%뿐이다. 가맹점 10개 미만인 소규모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전체의 74.5%에 달한다. 중앙대 경제학부 이정희 교수는 “섣불리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차렸다간 그동안 모아둔 자산이 물거품이 될 수 있으므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