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현지 시각) 폴란드 중부 도시 키엘체의 ‘타르기 키엘체’ 전시장. 3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국제 방위산업전시회(MSPO) 2024′에 참여하는 세계 35국에서 온 방산 기업이 760여 개 부스에서 분주히 최종 점검을 이어갔다. 폴란드의 나토(NATO) 가입 25주년을 맞아 규모를 키운 이번 행사에는 미국, 영국 등 방산 강국 출신 기업이 대거 참여했다. 한국에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로템 등 대표 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까지 총 27개 ‘K방산’이 총출동했다.

1993년 시작한 폴란드 MSPO는 프랑스 파리 유로사토리, 영국 런던 DSEI 전시회와 함께 유럽 3대 방산 전시회로 꼽히는데, 최근 그 위상이 더 커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라 동유럽의 군비 증강이 확대되며 방산 기업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그래픽=양인성

이런 무대에서 K방산은 개막 전부터 특별히 주목받고 있다. 전시회 주최 측은 지난달 1일 홈페이지에 한국 방산 기업의 참여 소식을 ‘한국 방산이 2024 MSPO에서 최고의 발걸음을 내딛는다’라는 제목으로 따로 소개하며, ‘아시아 (방산) 거물(Asian tycoon)’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폴란드 ‘국군의 날’ 퍼레이드에도 K2 전차, 다연장 로켓 천무, K9 자주포 등 K방산 베스트셀러가 연이어 등장했었다.

전시회를 앞두고 이미 한국과 방산 계약을 체결한 폴란드, 루마니아뿐 아니라 인접 국가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폴란드 수출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며 K방산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빠른 납기와 제품 품질’이 재차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에선 폴란드, 캐나다 등에서 조(兆) 단위 신규 수주를 노리는 잠수함 장보고-III급도 알렸다.

2006년만 해도 2억5000만달러(약 3345억원) 수준이었던 K방산 수출은 2020년 30억달러(약 4조원)로, 최근엔 각국의 군비 경쟁과 맞물려 퀀텀 점프를 하며 올해 사상 최초로 200억달러(약 26조7600억원) 달성이 유력하다. 수출 대상국도 2022년 4국에서 작년 12국으로 확대됐고, 올해 연말까지 15국 이상 수출이 목표다.

◇나토 장벽, 경쟁력으로 시장 개척한 K방산

올해 행사는 폴란드의 나토 가입 25주년을 맞아 나토 동맹을 강조하는 행사로도 기획됐다. 이 때문에 미국, 영국 등 나토 소속 방산 강국도 이전보다 참여 규모를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나토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는 한국 방산기업도 밀리지 않기 위해 차세대 무기를 대거 공개했다. 이번 행사에서 한화그룹의 방산 3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오션)는 장보고-III 배치(Batch)2 잠수함 실물 10분의 1 크기 모형을 부스 정중앙 전면에 배치했다. 폴란드 정부의 해군 현대화 사업에 참여해 약 3조3500억원 규모 ‘오르카 프로젝트’ 수주를 겨냥한 조치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이 경쟁 상대다.

현대로템이 폴란드 방산전시회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4세대 다목적무인차량(UGV) ‘HR셰르파’ 모형. /현대로템

현대로템은 4세대 다목적무인차량(UGV)인 ‘HR셰르파’를 전시했다. 우리 군에 2대 납품한 적이 있지만 공개한 것은 국내외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로템과 현대자동차그룹이 협업해 개발한 최신형 무인화 차량으로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등 기술을 활용해 군인을 대신해 감시나 정찰, 전투, 부상병 및 물자 이송 등 다양한 작전과 임무를 수행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역시 유럽 시장 확대에 나선다. KAI는 전시 부스 중앙에 FA-50과 KF-21 전투기 등 자사의 주요 포트폴리오를 소개했다.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등과 만나 신규 사업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목표

K방산은 현재 방산 수출국 ‘톱10′을 넘어 2027년까지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을 목표로 한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에 따르면 2018∼2022년 한국의 세계 무기 수출시장 점유율은 2.4%로 9위다. 수출 시장에서 미국(40%), 러시아(16%), 프랑스(11%) 3강을 제외하고는, 4위 중국(5.2%), 5위 독일(4.2%) 등과 점유율 격차는 크지 않다.

방산 수출은 장기적으로 ‘잠금 효과(Lock-in)’도 기대할 수 있다. 특정 무기를 도입하면 다른 무기로 교체가 어려워, 호환성이 높은 무기를 추가 도입하거나 MRO(유지·보수·정비)에서도 추가 수주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