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 비롤(Fatih Birol)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이 3일 “내년에 세계적으로 원전 기반 전력 생산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EA는 세계 각국의 에너지 정책을 조정하고, 석유 등 에너지원의 안정적 공급을 최우선 목표로 설립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기구다. 4일 부산에서 개막하는 기후산업국제박람회 참석을 위해 방한한 그는 우리나라의 원전 기술력을 높게 평가하면서 원전 수출이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체코 원전 수출을 둘러싼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간 분쟁에 대해서는 “모두에게 최선의 방법으로 잘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이 본지와 인터뷰하는 모습. 그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원전 용량을 두 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했다. /김지호 기자

비롤 사무총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 원자력 발전이 전 세계에서 22% 늘어났다”며 “내년엔 그 증가 폭이 역대급으로 커져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재생 에너지가 확대되고 있지만, 기상 조건 같은 변수가 많고 지리적 상황에 따라 청정에너지 빈국(貧國)이 존재할 수 있다”며 “연중무휴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원전 산업과 관련해 “한국의 원전 생산 기술력은 시간이나 비용 측면에서 오랫동안 명성을 누려왔다”며 “(탈원전을 이어갔다면) ‘자국에서 원전을 하지 않으면서 왜 해외에 수출하느냐’라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었는데, 국내 에너지 정책을 수정하면서 해외 수출이 보다 쉬워졌다”고 했다. 한수원과 미 웨스팅하우스 사이의 지식재산권 분쟁과 관련해선 “가능한 한 빨리 긍정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며 “원전 수주가 늘어남에 따라 이런 분쟁이 또 발생할 수 있지만, (원전 확대에) 심각한 장애물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와 ‘한-IEA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면서 정부가 주도하는 무탄소에너지(CFE) 이니셔티브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CFE 이니셔티브란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원자력·수소 등 무탄소 에너지원을 함께 이용하자는 취지의 캠페인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작년 9월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제안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IEA 회원국을 포함해 더 여러 국가가 CFE를 지지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IEA가 주최하는 국제회의 등에서 CFE를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